원숭이 서식지에 'AI 간식 시스템' 설치하니…“얼굴 인식하고 간식 꺼내 먹어”

파나마흰얼굴카푸친 원숭이에게 AI 시스템을 주자 기기를 사용하며 먹이가 나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사진=The Capuchinos de Taboga Project
파나마흰얼굴카푸친 원숭이에게 AI 시스템을 주자 기기를 사용하며 먹이가 나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사진=The Capuchinos de Taboga Project

야생 원숭이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무인 연구 장치를 통해 스스로 과제를 수행하고 보상을 얻는 데 성공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피플지에 따르면, 에모리대학교 인류학과의 마르세라 베니테스 조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코스타리카 타보가 산림보호구역에 거주하는 야생 원숭이 파나마흰얼굴카푸친의 인지 능력을 연구하기 위해 '카푸친AI(CapuchinAI)' 시스템을 개발했다.

카푸친AI는 터치스크린과 카메라, 먹이 공급기, AI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휴대용 실험 장치다. 인간의 얼굴 대신 각 원숭이의 얼굴을 인식하도록 설계됐다.

파나마흰얼굴카푸친 원숭이에게 AI 시스템을 주자 기기를 사용하며 먹이가 나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사진=The Capuchinos de Taboga Project
파나마흰얼굴카푸친 원숭이에게 AI 시스템을 주자 기기를 사용하며 먹이가 나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사진=The Capuchinos de Taboga Project

원숭이가 해당 장치에 접근하면 AI가 안면 특징을 분석해 개체를 식별하고 맞춤형 인지 과제를 화면에 제시한다. 원숭이가 과제를 올바르게 수행하면 말린 바나나 조각 등의 보상이 자동으로 제공되는 방식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장치를 설치한 지 며칠 만에 수컷 성체 원숭이가 접근하더니, 화면을 터치하면 먹이가 나온다는 규칙을 습득했다. 이후 다른 원숭이들도 자발적으로 장치를 찾아 화면을 두드리며 과제에 참여했다.

주 저자인 산체스 바르가스 연구원(박사과정생)은 “원숭이들이 장치의 모든 부분을 만지고, 물고, 때리며 탐색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바나나 조각이 나오자 마치 '제대로 해냈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후 화면을 터치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이해할 때까지 시도를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동물 인지 연구는 대부분 통제된 실내 연구실에서 이루어져 야생 개체의 개별적 특성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AI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해 야생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개체별 데이터를 정밀하게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개체 간 인지 능력 차이와 발달 과정을 장기적으로 추적 연구할 계획이다.

해당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영장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rimatology)에 게재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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