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 외면”…노동자단체, 與 '야간작업 제한법' 전면 재검토 촉구

정치권이 택배기사 등 야간노동자 근로시간을 법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야간작업 제한법' 추진에 나서자 물류 기업은 물론 현장 종사자들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건강권을 보호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소득 감소에 대한 대책 없는 획일적 근로시간 규제가 종사자들을 불안정한 다중 노동(N잡)으로 내몰고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쿠팡노동조합, 비노조택배연합,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는 8일 공동성명을 내고 지난달 25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야간작업 제한 법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의 참여는 가로막힌 채, 현장 실정과 괴리된 대화 결과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입법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힘들게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의 일할 기회부터 제한하는 것이 진정한 약자 보호인지 되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팡노조와 비노조택배연합은 지난해 11월부터 사회적 대화 참여를 요구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밝혔다. 특히 근무시간 제한이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기 위한 겸업·'N잡'을 부추겨 오히려 총 노동시간과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택배 업종에만 규제가 집중되면 대리운전, 배달, 편의점, 경비 등 다른 야간노동 직군으로 규제가 확산될 수 있고, 의료·교통 직군을 예외로 둔 조항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뿐 아니라 개인사업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다양한 계약 형태가 혼재된 현장에서 일률적 규제는 노동 선택권과 경영 자율성을 침해한다고도 주장했다.

쿠팡노조 관계자들은 지난 7일 국회를 찾아 이른바 '야간작업 제한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쿠팡노조 관계자들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면담을 하고 있다. 〈자료:쿠팡노조〉
쿠팡노조 관계자들은 지난 7일 국회를 찾아 이른바 '야간작업 제한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쿠팡노조 관계자들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면담을 하고 있다. 〈자료:쿠팡노조〉

쿠팡노조는 지난 7일 국회를 찾아 관련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김은혜 의원실을 비롯해 여러 국회의원실에 면담을 요청했다. 일정 조율이 가능한 의원실과 만나 법안 시행에 따른 현장 노동자의 소득 감소와 겸업 가능성 등을 설명했다.

쿠팡노조 측은 야간근무가 제한되면 기존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다른 배송이나 배달 등 추가 노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사업장의 야간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과 노동자 개인의 전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은 다른 문제인 만큼 오히려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논리다.

쿠팡 노조는 “노동자의 건강권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임금과 생계, 근무 선택권까지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배송기사의 근무시간을 일률적으로 줄일 경우 특정 구역의 배송 공백을 메우기 위한 추가 인력 확보가 필요하고, 인건비와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한국상품학회 보고서는 주 60시간 근무를 가정한 새벽배송 기사의 근로시간을 주 48시간으로 제한하고 소득을 보전할 경우 월 165억원의 소득 보전 비용과 월 204억원의 추가 인력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장 조사에서도 획일적인 시간 규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확인됐다. 한국노동경제학회가 한국갤럽을 통해 올해 4~6월 택배기사 755명을 조사한 결과 66.5%가 업무시간을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개인 상태에 따른 자율 조절'과 '수입 감소 우려'를 주요 이유로 꼽혔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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