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수의 재이용 과정에서 분리막이 막히는 원인을 소재별로 규명했다. 폐수 성분에 맞는 분리막을 선택하고 재이용 공정을 보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설계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노호정 한경국립대 교수 연구팀이 실제 반도체 폐수를 대상으로 세라믹 및 고분자 분리막의 유기·무기 복합오염 특성을 비교하고, 소재별로 서로 다른 막오염 메커니즘이 나타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공장 규모가 커질수록 폐수 발생량도 증가해 폐수를 정화해 다시 사용하는 재이용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폐수 재이용 공정에는 한외여과막과 역삼투막 등이 활용되지만 오염물질이 분리막 표면이나 내부에 쌓이면 물이 통과하는 양이 줄어들고 세정 횟수와 운영비가 증가한다. 특히 실리카와 금속이온, 다양한 유기물이 결합해 발생하는 복합오염은 처리하기가 까다롭다.
기존 연구는 주로 인공 폐수나 단일 오염물질을 대상으로 이뤄져 실제 반도체 폐수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오염 현상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분리막인 알루미나 세라믹막과 폴리에테르설폰(PES) 고분자 중공사막에 실제 반도체 폐수를 48시간 동안 통과시키며 오염 특성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두 분리막 모두에서 실리카-단백질과 금속이온-유기물 복합체가 주요 오염물질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라믹막의 최종 투과유량은 고분자막의 약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오염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세라믹막도 실제 반도체 폐수 환경에서는 오히려 더 큰 성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그 원인으로 세라믹막 표면의 수산화알루미늄(Al-OH) 작용기에 철 이온이 선택적으로 결합한 뒤 여기에 휴믹물질이 추가로 축적되는 '소재 특이적 오염 경로'를 확인했다.
이는 분리막의 구멍 크기나 친수성뿐 아니라 폐수 성분과 막 표면 사이의 화학적 반응이 복합오염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노호정 교수는 “반도체 폐수 성분과 분리막 표면의 화학적 상호작용을 고려해 적합한 막 소재를 선정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며 “폐수의 철·실리카·유기물 조성을 함께 고려한 공정 설계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수처리 및 분리막 분야 국제학술지 '디샐러네이션'에 지난달 19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