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스마트 공장 '화성 EVO 플랜트 이스트(East)' 차체 라인에선 로봇들이 차량 내부 골격과 측면 뼈대를 단단히 맞붙인 뒤, 이어지는 라인에서 외판과 지붕을 차례로 얹으며 오차 없는 차체를 빚어냈다.
1997년 이후 기아가 국내에 처음으로 건설한 신공장 화성 EVO 플랜트 이스트는 기존 노후 공장을 허물고 세운 PBV 특화 제조 기지다.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일반적인 차체 공장과 달리 탁 트인 개방감이 시야를 채웠다.
차체 부품을 머리 위 천장 레일로 나르는 대신, 지하와 2층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도록 설계해 천장을 비워냈기 때문이다. 바닥에는 6m 너비로 시원하게 뚫린 통로를 따라 저상형 자율주행 무인운반차(AGV)들이 쉼 없이 교행하며 부품을 날랐다. 최고 11.5m 높이로 솟은 자동창고는 250개 파렛트의 부품을 QR코드로 인식해 필요한 공정으로 정확하게 투입했다.
이곳 차체 라인의 핵심은 '4-벅(Buck) 순차 조립 공법'이다. 하나의 틀(메인 벅) 안에서 차체를 한 번에 조립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골격 구성부터 외관 패널 부착까지 공정을 4단계로 세분화했다. 내부 뼈대를 세우는 '사이드 인너벅'과 '루프 레일벅'을 거친 차체는 곧바로 외판을 붙이는 '사이드 아우터벅'과 지붕을 얹는 '루프벅'으로 이어졌다.
패신저, 카고, 샤시캡 등 저마다 제원과 사양이 천차만별인 PBV 모델을 한 라인에서 유연하게 조립하면서도 부위별 최적 용접 조건을 구현해 차체 강성과 내구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계다.

결합의 정밀도를 끌어올리는 첨단 용접 기술도 곳곳에 배치됐다. 구조적 제약으로 일반 용접건이 닿지 않는 차체 안쪽 폐구간에서는 패널 접촉식 레이저 용접 기술인 'L.S.S(Laser Seam Stepper)'가 가동됐다. 4대의 로봇이 레이저 빔 헤드로 바디 한쪽 면을 조사해 스팟 용접 수준의 고정밀 접합을 마쳤다.
2열 도어가 없는 특수 사양 모델을 조립하기 위해 철도나 지하철 제작에 쓰이는 2m 크기의 대형 용접 건도 투입됐다. 완성된 차체는 600㎏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로봇 2대가 앞뒤에서 동기화돼 마치 한 몸처럼 균형을 잡으며 AGV로 옮겼다. 차체 길이가 다른 롱·컴팩트 모델의 무게중심을 실시간으로 보정해 이송 안정성을 확보했다.
도어와 펜더 등 외관 부품을 장착하는 무빙 라인은 로봇과 센서의 협업이 두드러졌다. BMS(Body Measurement System) 비전 로봇이 차체 홀 위치를 측정해 좌표를 넘기면, 로봇이 오차를 보정해 부품을 장착하고 CMS(Car Measurement System)가 단차 결과를 재측정해 조립 오차를 최소화했다.
차체 도장을 마친 차체들이 넘어가는 조립 공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립 공장은 현대차·기아 양산 공장 최초로 시도된 자동화 기술의 집합소였다. 가장 먼저 마주한 프리트림 라인에서는 복합섬유소재로 제작된 검은색 PV5 후드를 로봇 3대가 정밀하게 체결하고 있었다.
통상 차체 공장에서 달던 후드를 조립 공장으로 가져와 자동 장착한 현대차·기아의 첫 사례다. 현대차·기아 최초의 엠블럼 자동 부착 공정도 눈길을 끌었다. 로봇이 엠블럼을 흡착해 후면 이형지를 벗겨낸 뒤 비전 카메라로 위치를 보정해 후드와 테일게이트에 부착하고 보호필름까지 회수했다.

트림 라인으로 내려서자 작업자의 근골격계 부담을 덜어주는 인체공학적 자동화 설비들이 위용을 뽐냈다. 계기판과 공조장치, 에어백이 집약된 65㎏ 무게의 대시보드(크래시 패드) 모듈을 3D 비전 로봇이 들어 올려 오차 없이 밀어 넣은 뒤 볼트 체결까지 단번에 끝냈다.
대시보드의 투입과 체결 전 과정을 완전 자동화한 것 역시 현대차·기아 양산 라인 중 최초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작업해야 했던 헤드라이닝 역시 3피스 중 전방과 후방을 로봇이 바코드를 읽고 내부로 들어가 장착했으며, 작업자는 배선 연결이 필요한 중앙부에만 집중하도록 공정을 나눴다.
마지막 관문인 검차 라인은 한 치의 결함도 허용하지 않는 데이터 품질 관리의 집약체였다. 3D 비전 카메라 부스에 차량이 들어서자 전신을 입체 스캔해 좌표를 생성했다. 로봇은 이 좌표를 바탕으로 펜더와 도어 등 차량 좌우 각 21개 지점의 간격과 단차를 ±0.2㎜ 수준의 초정밀 단위로 측정했다.
곧이어 18대의 카메라가 배치된 외장 비전 검사기에서 아웃사이드 미러, 도어 핸들, 루프 볼트 등 24개 부품의 오장착 여부를 훑었다. 헤드램프 에이밍 공정에서는 로봇이 후드를 열고 3만~5만 칸델라(cd)의 광도와 ±0.1도 이내의 광축을 자동으로 조율했다.
차체 골격 형성부터 미세 오차 측정에 이르기까지 화성 EVO 플랜트 이스트는 첨단 로보틱스와 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다품종 PBV를 빈틈없는 품질로 완성해내는 스마트 제조의 핵심 기지였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