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리오토, 자체 개발 배터리 본격 탑재…中 전기차 '자체 개발 시대' 가속

리오토(Li Auto·理想汽车)가 자체 개발 배터리의 본격적인 양산차 탑재에 나서면서 중국 전기차 업계의 '자체 개발 경쟁'이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배터리와 반도체, 주행거리 연장장치(EREV) 등 핵심 부품을 직접 개발하거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완성차 업체가 늘면서 자동차 산업 경쟁 구도도 변화하는 모습이다.

리오토는 지난 7일 자체 개발 배터리의 양산차 적용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현재 L8, L6, i8 등에 자체 개발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으며, 올해 4분기부터 적용 차종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신형 MEGA의 경우 초기 물량에는 CATL의 5C 삼원계 리튬 배터리가 탑재되지만, 9월 7일 오후 3시 이후 계약한 고객부터는 리오토가 자체 개발한 5C 삼원계 배터리로 전환된다. 실제 인도는 11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9월 중순 출시 예정인 i9 역시 초기에는 CATL 5C 배터리를 사용하지만, 자체 배터리 생산 안정화가 완료되면 자체 개발 제품으로 전환한다.

리오토 Li i6. 〈출처:중국 산업정보화부〉
리오토 Li i6. 〈출처:중국 산업정보화부〉

4분기 출시 예정인 2026년형 i6는 전 모델에 리오토의 자체 개발 5C 배터리를 적용하고, 9월 말 사전 예약을 시작해 11월 초부터 고객 인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L9를 제외한 리오토의 대부분 차종이 자체 개발 5C 배터리로 전환될 전망이다. L9 역시 지난 8일 자체 개발 배터리를 탑재한 신차가 중국 공업정보화부 신차 등록 절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내년부터 전환이 예상된다.

리오토는 2020년 기술 전략을 수립하면서 배터리와 반도체를 전기차 핵심 기술로 규정하고 두 분야 자체 개발을 추진해왔다. 자체 개발 배터리는 단순히 배터리 팩을 설계하는 수준을 넘어 셀, 팩,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자체 개발'이 곧 '자체 생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공개된 자료를 보면 리오토는 자체 기술을 개발한 뒤 외부 배터리 업체 생산 역량을 활용하는 방식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자료에 따르면 2026년형 i6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 공급업체로 선완다와 중신궈안항이, L9의 삼원계 리튬 배터리에는 선완다가 이름을 올렸다.

선완다와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선완다는 지난 4일 리오토가 자회사 선완다파워에 약 26억5000만위안을 투자하는 증자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증자가 완료되면 리오토는 선완다파워 지분 8.79%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된다. 양사 협력 관계가 단순한 배터리 공급을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리오토의 자체 개발 전략은 배터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율주행 반도체 '마허(Maher) M100'을 자체 개발해 신형 L9에 처음 적용했으며, 이후 L8과 L6로 확대하고 있다. 주행거리 연장장치 역시 자체 개발에 나섰으며, 이 분야는 배터리와 반도체와 달리 직접 생산까지 추진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핵심 부품 자체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핵심 기술을 외부 업체에 의존할 경우 공급 차질이나 기술 종속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차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계하면 자사 제품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리오토만의 현상이 아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는 엔진과 모터, 배터리, 전력전자, 섀시 등 다양한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생산하는 전략을 오랫동안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 자율주행 반도체 '쉬안지 A3'를 공개하고 2027년 양산차 적용을 예고했다.

신생 전기차 업체들도 자율주행 반도체를 중심으로 자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니오는 '선지 NX9031', 샤오펑은 '퉈링 AI 칩', 리오토는 '마허 M100'을 각각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 샤오미 역시 3나노 공정 기반의 자율주행 칩 '쉬안제 D100'을 공개하고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반도체는 완성차 업체들의 자체 개발 우선순위가 높은 분야다. 엔비디아 등 외부 업체 고성능 칩을 사용하는 것보다 자사 자율주행 모델과 하드웨어를 직접 최적화할 수 있고, 특정 반도체 업체의 공급 상황에 따라 차량 생산이 영향을 받는 위험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성차 업체들의 자체 개발 확대가 부품업체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자동차 업체가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해 반도체와 배터리를 직접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모멘타 솔루션을 사용하는 업체는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고, 화웨이 첸쿤(乾崑) 시스템을 채택한 업체는 화웨이의 관련 하드웨어를 활용한다. 배터리 역시 CATL과 같은 대형 업체들의 공급망 경쟁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결국 자동차 산업이 향하는 방향은 '모든 것을 완성차 업체가 직접 만드는 시대'라기보다 핵심 기술은 완성차 업체가 직접 통제하고, 제조와 대량 생산은 전문 공급업체가 담당하는 구조에 가깝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화웨이가 핵심 프로세서를 직접 설계하면서도 반도체 생산은 전문 파운드리에 맡기는 것과 유사한 변화다.

전기차 산업의 경쟁이 단순한 주행거리와 가격을 넘어 배터리, 반도체,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전동화 시스템 통합 역량으로 이동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자체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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