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로의 전환은 글로벌 완성차 및 부품 업계의 생존을 건 현실이다. 고성능 컴퓨터와 수억 줄의 코드로 이뤄진 차량을 만들기 위해 업계는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혁신의 발목을 잡는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 바로 '검증(Verification & Validation)'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능을 빠르게 개발하더라도 검증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차량 출시와 품질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진정한 경쟁력은 코드를 얼마나 빨리 만들어 내느냐가 아니라, 요구사항 정의부터 가상검증, 최종적으로 실차 시험에 이르는 전체 루프를 얼마나 끊김 없이 운영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즉, SDV 시대의 핵심은 '개발 속도'가 아닌 검증의 '산업화'다.
출발점은 단순한 사실 하나다. 자동차는 '여전히 기계'라는 것이다. SDV라는 화려한 슬로건에 가려져 있지만, 여전히 자동차는 다양한 기계적 구성요소와 센서, 액추에이터, 수많은 전자부품과 까다로운 규제가 함께 소화돼야 하는 복잡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단순히 'SW만으로는 정의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소프트웨어(SW) 개발과 검증의 전체 흐름은 자동차 원래의 물리적 특성과 조화를 이루며 연속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 흐름을 가로막는 병목 지점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차량 시스템 아키텍처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고, 개발해야 할 SW 분량과 검증 수요는 폭증하고 있으며, 배포 주기는 극단적으로 짧아지고 있다. 기존의 단절적인 방식으로는 더 이상 이 세 가지 압박을 동시에 감당할 수 없다.
엔드투엔드(End-to-End)가 통합된 연속적인 개발·검증 프로세스가 필요한 이유다. 어쩌면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적 제조업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는 연속제조공정이, 물리적 제조가 아닌 차량용 SW 개발 프로세스에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 SW 공장 이라는 용어가, 이미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연속성이다. 즉 연속적인 통합, 배포, 시험이 이뤄질 수 있는 파이프라인과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오케스트레이션이다. 코드 빌드부터 최종 통합까지의 모든 인프라와 도구들을 끊김없이 연결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특정 도구에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 이미 자동차 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개발, 시험 환경 및 상용 도구들과 쉽게 조화될 수 있어야 하고, 대표적으로는 ALM(Application Lifecycle Management) 도구와 쉽게 연동돼야 한다.
셋째,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시험 검증 수요에도 병목현상 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클라우드와 AI가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머지않아 피지컬 AI라 불리는 로봇들이 불 꺼진 자동차 공장에서 24시간 일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들 한다. 기술적, 경제적 관점은 물론 사회적 영향까지도 고려한 세련된 오케스트레이션이 필요하다.
이처럼 물리적 제조 자동화의 놀라운 패러다임 변화에 시선을 뺏기고 있는 사이, 자동차의 고유 기능과 편의성은 물론, 안전과 보안까지 담보해야 할 SW 개발·검증 자동화는 혹시 간과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 자동차 SW 공장은 자동차산업 전체에 대한 포괄적 시각에서 치밀하게 설계되고 구축돼야 한다. 그것이 검증의 산업화가 가진 의미다.
김철희 트레이스트로닉 한국지사장 Cheolhee.Kim@kr.tracetro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