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410〉 [AC협회장 주간록120] 스타트업을 찾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으로](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6/19/news-p.v1.20260619.40b00c3bd231452295b21fcfe81b6a64_P3.jpg)
지난 10여년간 국내 액셀러레이터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액셀러레이터 역할도 좋은 창업자를 발굴해 보육하는 것에서 직접 투자하고 후속 투자를 연결하는 단계까지 확대됐다. 이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시점이다. 이미 만들어진 스타트업을 찾아 투자하는 것을 넘어, 필요한 기업을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컴퍼니빌딩' 또는 '벤처스튜디오'가 중요한 이유다.
전통적인 스타트업 투자는 창업자가 먼저 회사를 만들고 투자자가 나중에 이를 발견하는 구조다. 그러나 오랫동안 초기기업을 투자하다 보면 조금 다른 장면을 반복해서 만나게 된다. 시장에는 분명한 문제가 있고 기술도 있는데 이를 사업으로 만들 창업자가 없는 때도 있다. 반대로 좋은 창업자가 있지만 적절한 아이템이나 초기 사업개발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다.
액셀러레이터는 이 간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고 있는 주체다. 매년 수많은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창업자를 만나면서 어떤 시장이 성장하고 어떤 사업모델이 실패하는지 경험한다. 여기에 투자, 대기업, 연구기관, 후속 VC와의 네트워크도 축적돼 있다. 이 자산을 이미 만들어진 기업을 평가하는 데만 사용하는 것은 아쉽다.
그래서 컴퍼니빌딩은 액셀러레이터 산업의 중요한 진화라고 생각한다. 기존 방식이 '발굴-보육-투자'였다면 컴퍼니빌딩은 '문제발굴-사업설계-창업자 구성-법인설립-투자-성장'까지 역할을 확장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모델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 High Alpha는 시장의 문제를 먼저 정의하고 창업팀 구성과 제품 개발, 초기 고객 확보에 참여하는 벤처스튜디오와 투자펀드를 함께 운용한다. 영국 Founders Factory 역시 제품, 기술, 마케팅, 데이터, 채용 등 내부 전문인력을 활용해 창업자와 함께 회사를 만든다. 핵심은 투자자가 좋은 기업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발전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빠르게 만들 것이다. 과거에는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서 검증하려면 상당한 개발인력과 비용,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AI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비용과 시간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자본보다 좋은 문제를 발견하고 빠르게 사업화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씨엔티테크도 이러한 가능성을 현장에서 실험하고 있다. 벤처스튜디오 프로젝트의 첫 번째 가시적인 결과 중 하나가 에이뉴프로덕션이다. 콘텐츠와 AI·XR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공연 사업모델을 만들고 있으며, 오는 11월 놀극장에서 XR와 AI 기술을 결합한 뮤지컬 '닥터 두리틀'을 선보일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뮤지컬 한 편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다. IP 발굴에서 AI·XR 콘텐츠 제작, 공연, 관객 데이터 확보, 후속 콘텐츠와 해외시장 확장까지 연결되는 반복 가능한 사업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물론 컴퍼니빌딩이 활성화되려면 제도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현행 제도는 일정한 요건 아래 창업기획자의 경영지배 목적 투자를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지분율과 회수 기간, 이해 상충 관리 등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지분율에 획일적인 상한을 두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 어떤 프로젝트는 창업자가 아이디어와 기술 대부분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어떤 프로젝트는 액셀러레이터가 아이디어부터 자본, 기술, 인력, 초기 고객까지 상당 부분을 제공한다. 서로 다른 상황에 동일한 지분율을 적용하기보다 투입한 자원 가치와 역할에 따라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대신 외부 가치평가와 독립적인 투자심의 등 이해 상충을 통제하는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창업자 지분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창업에서 중요한 것은 지분율 자체보다 지분가치다. 혼자 100%를 가진 기업보다 좋은 파트너와 함께 기업가치를 열 배 높여 50%를 보유하는 것이 창업자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벤처스튜디오가 단순히 지분을 가져가는 투자자가 아니라 실제 기업가치를 높이는 공동창업자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컴퍼니빌딩 기업이 기존 스타트업과 다른 지배구조를 가졌다는 이유로 모태펀드나 TIPS 등 후속 자금조달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해져서는 안 된다. 이해 상충을 엄격하게 관리하되 기술과 시장성, 성장 가능성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전용 펀드나 별도 평가 트랙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컴퍼니빌딩 제도화 목적은 액셀러레이터가 더 많은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더 많은 좋은 기업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난 10년이 좋은 스타트업을 누가 먼저 찾아내느냐의 경쟁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좋은 스타트업을 누가 만들어낼 수 있느냐의 경쟁이 될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 역시 이제 스타트업을 찾는 사람에서 스타트업을 만드는 사람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것이 컴퍼니빌딩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관점이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