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개발을 넘어 실제 현장 검증 단계로 들어섰다. 한국도 휴머노이드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실증 환경 확보가 다음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중국 로봇 산업은 퍼포먼스보다 실제 활용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랩스딥리포트의 '2026년 2분기 중국 로봇 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유니트리처럼 핵심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하는 수직통합형 모델과 애지봇처럼 설계와 생산을 외부 제조사와 나누는 분업형 모델이 동시에 확산하고 있다. 유비테크는 히타치 제조 현장에 휴머노이드 '워커 S2'를 투입해 현장 테스트와 응용 검증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공 및 국유기업을 수요처로 활용하며 기업의 실증과 보급을 밀어주고, 대규모 생산 능력과 부품 공급망까지 갖춘 기업이 등장하면서 로봇을 얼마나 싸게 만들 수 있는지뿐만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 있다. 국내 로봇업계에서도 중국과의 격차를 단순 기술력보다 양산과 활용 경험에서 찾고 있다.
한국의 로봇 산업 기반은 이미 세계적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제조업의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명당 1220대로 세계 1위다.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도 3만600대로 세계 4위다.
한국AI·로봇산업협회가 수행한 '2024년 기준 로봇산업 실태조사'에서는 국내 로봇 사업체가 4500여개, 산업 매출은 10조원대로 집계됐다. 로봇부품 생산액도 2조원에 육박한다. 제조 현장의 높은 로봇 활용도와 부품·생산 기반을 갖춘 데다 휴머노이드 실증도 시작되고 있다. 다만, 개별 기업과 일부 사업장을 넘어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장기간 로봇을 운용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단계로 확대가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로보티즈와 뉴로메카, 유일로보틱스, 에스피지 등 기존 로봇·부품 기업들이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제어 기술을 휴머노이드로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비롯해 에이로봇, 홀리데이로보틱스 등 휴머노이드 플랫폼 개발 기업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생태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위해서는 양산과 함께 현장 실증이 뒤따라야 한다. 제조와 물류, 서비스 등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장기간 반복 운용하며 작업 성공률과 비정상 작동, 사람과의 상호작용, 유지보수 비용을 확인해야 한다. 중국은 로봇 상태와 부품 이력, 가동 데이터를 관리하고 보험료를 지원하는 제도까지 확대하면서 제품 생산을 넘어 운영 기반까지 넓히고 있다.
조규진 서울대 로보틱스 국가연구소장은 피지컬 인공지능(AI) 로봇의 과제로 비정상 작동을 꼽았다. 조 소장은 “데이터를 많이 넣어 작동하도록 만들더라도 언제 되고 언제 안 되는지를 모른다면 실전에 투입하기 어렵다”며 “로봇은 바디 자체가 액션을 하기 때문에 비정상 작동 때 발생하는 비용과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로봇을 장기간 시험할 현장을 확보하는 것이 여전히 과제다. 제조 현장은 생산 차질과 안전 부담 때문에 개발 단계 로봇과 AI 시스템을 쉽게 투입하기 어렵다. 로봇 시스템통합(SI) 업계에서도 데이터 확보와 실증 테스트베드 부족을 주요 애로사항로 꼽는다.
최근에는 이 같은 한계를 넘어 로봇 하드웨어와 피지컬 AI를 직접 결합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투모로로보틱스와 로봇 하드웨어에 로봇파운데이션모델(RFM)과 AI 에이전트를 결합해 산업 현장용 휴머노이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피킹과 이송, 분류, 검사 작업을 수행하며 처리시간과 안전성, 장애 대응 능력을 검증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로봇 하드웨어와 AI를 결합한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은 딥엑스와 피지컬 AI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LG전자도 KT·마음AI·크라우드웍스 등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나섰다. 롯데하이마트와 현대제철 등 수요기업도 물류와 제조 현장을 실증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로봇기업과 AI기업, 수요기업을 연결해 실제 현장에서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휴머노이드에 앞서 중국과의 경쟁이 이미 시작된 분야도 있다. 자율이동로봇(AMR)과 무인운반차(AGV), 청소로봇은 국내 기업이 동남아와 중동 등 해외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직접 맞붙고 있다. 신규 자동화 인프라가 구축되는 이들 시장에서는 가격과 납기를 앞세운 중국 제품이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결국 K로봇의 승부처는 개발한 기술을 얼마나 빨리 현장에 투입해 사용 경험을 쌓느냐다. 한 로봇기업 대표는 “데이터센터와 실증센터가 같이 있어야 한다”며 “어떤 회사 로봇이든 넣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을 만들어 실제로 깔아놓고 계속 시험해야 한다”며 “그걸 우리가 빨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