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박사 “치열한 현대사회, 멈추지 않는 뇌의 과부하… 몸 아닌 '뇌의 피로'에 주목해야”

한국 정신의학 대부이자 뇌과학자 이시형 박사 인터뷰
“몸이 쉬는 동안에도 머리를 끊임없이 쓰는 것이 문제”

이시형 세로토닌문화 원장
이시형 세로토닌문화 원장

“푹 쉬었는데도 왜 이렇게 피곤할까?” 오늘날 수많은 현대인이 입에 달고 사는 질문이다. 피로회복제나 카페인 음료에 의존해 하루를 버텨보지만, 묵직한 피로감은 쉽게 달아나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표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과학 분야의 대부로 불리는 이시형 박사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피로의 '주소'가 바뀌었다는 점을 짚었다. 과거의 피로가 육체 노동에서 비롯되었다면, 현대인의 피로는 뇌가 쉬지 못해 생기는 '뇌의 피로'라는 것이다.

이시형 박사는 많은 현대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에 끊임없이 뇌가 활동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 많은 이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원인을 진단한다면?

▲현대인의 피로는 과거와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과거에는 온종일 몸을 쓰고 난 뒤 느끼는 육체적 피로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몸이 쉬는 동안에도 머리를 끊임없이 쓰는 것이 문제다. 눈을 뜬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과 모니터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판단하고 결정한다. 침대에 누워서도 내일 일을 걱정하거나 휴대전화를 본다면 일과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몸은 가만히 있어도 머릿속에서는 일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뇌가 계속 과부하 상태에 놓여 있으니 가만히 누워있다고 해서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 '뇌의 피로'는 일상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나?

▲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평소보다 결정을 내리는 일이 버겁게 느끼는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내용을 여러 번 읽거나 사소한 선택을 미루기도 하고, 작은 실수나 말 한마디에 예민해지기도 하죠. 많은 분이 이런 상태를 접하면 자신의 의지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자책한다. 하지만, 사실은 뇌가 보내는 피로 신호다. 이때 커피로 버티기보다 일에서 잠시 떨어져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수면과 휴식은 단순히 하루를 끝내는 마무리가 아니라, 뇌를 재부팅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적극적인 회복 과정이다.

-수면과 휴식을 통한 '진정한 회복'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휴식마저 잘해야 한다는 부담부터 내려놓자. 바쁜 일상에서 몇 시간씩 따로 쉬기는 어렵다. 그래서 일과 휴식 사이에 '작은 구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 사이에 잠시 화면에서 눈을 떼고 편안히 앉아 호흡을 가다듬거나, 10~20분 정도 눈을 감고 쉬는 '선잠'이나 짧은 낮잠을 활용해보자. 쉴 때만큼은 알림을 확인하거나 다음 일을 계획하지 않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뇌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회복을 돕는 환경이나 신체 이완법이 있다면.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걱정이 많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몸이 굳어진다. 생각을 억지로 멈추려 하기보다 몸의 불편한 곳을 먼저 살피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세를 바로잡고 몸을 편안히 기대어 힘을 빼면 마음도 느슨해진다. 환경적으로는 방해받지 않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잠시 휴식 시간을 주변에 알리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자. 빛의 밝기를 낮추거나 잔잔한 소리를 활용하는 등 나에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감각 환경을 찾는 것도 뇌의 이완에 큰 도움이 된다.

또 잠시 일을 내려놓고 몸을 편안히 기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얼마나 오래 버텼느냐보다, 일상으로 돌아갈 여유를 어떻게 만들어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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