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글로벌 OTA 공세 뒤 '규제 역차별'…소비자 피해·토종 플랫폼 위축 우려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의 한국 시장 내 존재감이 커지면서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역차별' 문제가 재점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분쟁 발생 시 해외 기준을 따르면서, 국내 소비자가 신속하고 충분한 피해 구제를 받기 어려운 구조를 갖췄다. 또 한국에서 영업하면서도 국내 규제를 충분히 준수하지 않아 국내 기업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OTA 공세가 거세지면서 소비자 보호와 토종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규제 사각지대 파고든 글로벌 OTA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OTA는 토종 플랫폼과 다른 규제 환경에서 영업하고 있다. 국내 사업자는 시장 진입 단계부터 등록·인증 등 각종 의무를 지켜야 한다. 반면 일부 해외 사업자는 규제 위반 상태가 장기간 이어진 뒤 사후 제재를 받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놀유니버스와 여기어때 등 국내 OTA는 ISMS 인증을 받고 통신판매업 신고를 마쳤다. ISMS는 정보통신서비스 매출 100억원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0만명 이상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보안 인증이다. 통신판매업 신고도 연간 거래 50회 이상 일반과세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의무다.

그러나 트립닷컴은 2017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2025년까지 장기간 통신판매업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판매업 미신고와 항공권 대금의 바우처 환급, 청약철회 방해 등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를 적발해 트립닷컴 측에 시정명령과 보고명령을 내렸다. 과태료는 총 1000만원에 그쳤다.

아고다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제재를 받았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환불 조건과 취소 수수료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행위 등을 문제 삼아 아고다에 과징금 24억2400만원을 부과했다.

이러한 역차별이 장기화하면 국내 OTA 경쟁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 트립닷컴과 통청여행 등 막대한 이용자 기반과 자본력을 갖춘 기업과 경쟁하는 동시에 규제 준부 비용과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토종 OTA 플랫폼 생태계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소비자 피해·토종 OTA 위축 우려

소비자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접수된 주요 글로벌 OTA 5곳 관련 피해구제 접수는 422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아고다가 2352건, 트립닷컴이 1351건으로 전체의 약 90% 비중을 차지했다. 접수 내용은 환불 거부, 취소 수수료 과다 청구, 예약 내용과 다른 숙소 배정 등이 대부분이다.

글로벌 OTA가 소비자 분쟁 시 국내법을 적용하지 않는 점은 소비자 피해를 키울 수 있는 대목으로 꼽힌다. 아고다는 이용약관 39.11조에서 분쟁 발생 시 싱가포르법을 적용하고 싱가포르 법원을 전속 관할 법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트립닷컴 역시 약관 12조에서 싱가포르법 적용과 싱가포르 법원의 관할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국내 OTA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지원 강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OTA 연계사업이 글로벌 OTA에 집중된 가운데, K뷰티·K콘텐츠 등 국내 기업 특화 서비스 발굴에 힘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6년 OTA 연계 인바운드 사업은 총 501건이었다. 해외 OTA 연계사업은 401건(80.0%), 국내 OTA는 100건(20.0%)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해외 OTA에 141억7342만원(66.4%), 국내 OTA에 71억8700만원(33.6%)이 지급됐다.

신학승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해 해외 OTA와 연계 사업을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정부 사업인 만큼, 국내 기업들이 해외 OTA와 협업해 경쟁력을 키우도록 하고 국내 OTA와 K뷰티·K콘텐츠 등 로컬 특화 상품을 발굴해 차별화를 돕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여러 부처에 분산된 여행 지원 사업에 대한 성과 관리를 엄격히 하고, 부처 간 협업으로 국내외 OTA 역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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