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줘” 지시에 척척…의사-휴머노이드 '원팀 수술' 세계 첫 시연

“가위 주세요.”

집도의가 요청하자 수술대 옆 휴머노이드 로봇이 트레이 위에 가지런히 놓인 여러 수술도구 중 가위를 집어들어 손잡이 부분이 앞을 향하도록 의사에게 건넸다. 도구를 집어 의사가 손에 쥐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5초. 사용이 끝난 도구를 돌려받아 제자리에 놓기까지는 10초 남짓 소요됐다.

맞은편 다른 로봇은 수술 보조 의사와 간호사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한 손으로는 복강경 내시경을 잡아 수술 부위를 화면 중앙에 맞추고 다른 손으로는 수술용 집게로 조직을 잡아당겨 수술 공간을 확보했다.

삼성서울병원이 16일 서울 본원 인근 히포크라테스홀에서  개최한 휴머노이드 수술 보조로봇 시연 행사에서 오남기 지능형의료로봇연구센터 부센터장(이식외과 교수)이 로봇 2대와 함께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이 16일 서울 본원 인근 히포크라테스홀에서 개최한 휴머노이드 수술 보조로봇 시연 행사에서 오남기 지능형의료로봇연구센터 부센터장(이식외과 교수)이 로봇 2대와 함께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은 16일 서울 본원 인근 히포크라테스홀에서 아르파H 사업 일환으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수술 보조로봇을 처음 공개하고 염소 간을 이용한 담낭관 분리술을 시연했다.

의료진과 복수의 휴머노이드가 협업해 수술 과정을 구현한 것은 세계 처음이다. 이날 수술실 간호사와 보조 의사가 담당하는 수술 도구 전달·회수, 내시경 조작, 조직 견인 등을 로봇이 수행하는 모습을 성공적으로 시연했다.

시연에는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휴머노이드 로봇 두 대가 투입됐다. 첫 번째 로봇은 수술실 간호사 역할을 맡아 집도의의 음성 명령을 인식하고 수술 도구 요청-전달-사용-회수-정리로 이어지는 순환 업무 전반을 수행했다.

다른 로봇은 보조의사와 간호사 역할을 동시에 했다. 한 손으로 복강경 내시경을 잡고, 수술도구 위치를 추적해 수술 시야를 조절했다. 작은 움직임에도 화면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수술도구가 일정 영역을 벗어났을 때만 내시경을 움직였다. 다른 손으로는 수술용 집게를 조작해 조직을 지정된 방향으로 유지했다.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는 로봇이 절개·박리·봉합 동작을 수행하는 장면도 공개했다. 집도의가 모니터를 보며 팔과 손을 움직이면 로봇이 이를 실시간으로 따라 했다. 사람 동작을 로봇 좌표로 변환해 양팔과 수술도구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방식이다.

삼성서울병원이 16일 서울 본원 인근 히포크라테스홀에서  개최한 휴머노이드 수술 보조로봇 시연 행사에서 오남기 지능형의료로봇연구센터 부센터장(이식외과 교수)이 원격으로 조종하는 로봇을 조종해 절개·박리·봉합 동작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이 16일 서울 본원 인근 히포크라테스홀에서 개최한 휴머노이드 수술 보조로봇 시연 행사에서 오남기 지능형의료로봇연구센터 부센터장(이식외과 교수)이 원격으로 조종하는 로봇을 조종해 절개·박리·봉합 동작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삼성서울병원)

이날 선보인 휴머노이드 수술 보조로봇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이 지원하는 한국형 아르파-H 프로젝트로 선정돼 개발한 1차 결과물이다. 삼성서울병원이 총괄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에이딘로보틱스·성균관대·서울대·국립암센터·전북대병원 등이 '오케스트라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2029년 말까지 54개월간 정부 연구개발비 138억3500만원을 투입한다.

실험실 평가에서 수술로봇은 수술도구 5종을 잡는 데 모두 성공했다. 도구 전달 성공률은 98.7%를 기록했다. 음성 명령 인식률과 동작 성공률은 1단계 목표인 95%를 넘어섰다.

휴머노이드 수술 보조로봇은 안전성과 정밀도를 위해 이족보행 대신 바퀴형 이동장치를 채택했다. 로봇을 위해 수술실 워크플로우와 설계를 전면 교체할 필요없이 기존 설비와 기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연구 총괄 책임자인 정용기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과 인력 부족으로 수술실 보조인력이 없어 응급수술에 제때 대처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수술실 근무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사업단에서 법제도 문제까지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2029년 첫 임상시험이 목표다. 내시경 유지, 복강경 시야 조절처럼 위험도가 낮은 업무부터 순차 적용을 시작해 조직 견인 등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 교수는 “한국은 높은 의료 수준, 우수한 AI 기술과 연구진, 신뢰성 높은 보안 체계를 모두 갖추고 있어 투자가 선행된다면 상당히 앞설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며 “성공적으로 개발을 마친다면 투자대비효과(ROI)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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