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7개 회원국 전역에서 13세 미만 아동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13~14세 청소년은 부모의 감독을 전제로 한 '미니 계정' 형태로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15세부터 독립적인 계정 이용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열린 연례 정책연설에서 'EU 키즈법(EU Kids Act)'으로 불리는 SNS 제한 계획을 공개했다.

법안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은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 이용이 전면 금지된다. 13~14세 아동은 부모 감독 하에 '미니 계정'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계정에선 낯선 사람과의 접촉이 제한되고, 부모가 전체 이용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15세부터는 독립적인 계정 이용이 허용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연설에서 “중요한 것은 미성년자가 SNS에 접근하는 문제가 아니다. SNS가 언제, 어떻게 미성년자에게 접근하도록 우리가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 청소년들이 하루 4~6시간을 화면 앞에서 보내고 있다”면서 “아이들은 계속해서 화면을 스크롤 하게끔 설계된 피드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SNS 과의존을 유발하는 무한스크롤 등 기능을 설계한 플랫폼의 책임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EU 집행위는 17일 소셜미디어 규정에 대한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법안은 회원국과 유럽의회에서 입법 절차를 밟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법안이 아동의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과 접근을 제한하려는 전 세계적인 움직임 속에서 지금까지 나온 가장 큰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지난해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한 호주에서 청소년들이 차단 조치를 쉽게 우회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새 규정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이번 법안은 세계 각국이 추진하는 아동 SNS 규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호주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시이아에서 아동 SNS 금지 법안을 시행했다. 덴마크, 스페인 등은 비슷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SNS 과의존을 유발하는 플랫폼 설계를 손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메타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47개주 등과 청소년 SNS 중독 소송에서 합의한 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청소년 계정에 '하루 2시간 이용', '밤 12시~오전 6시 이용 제한' 등 보호 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은 청소년 SNS 과몰입 문제 관련 법안 7건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14세 미만 이용자의 SNS 가입을 제한하고, 14세 이상 19세 이하 이용자는 중독성 디자인과 추천 알고리즘 노출을 제한하는 등 연령별 규제 내용이 담겼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