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정비 늘자 석탄발전 2.2% 증가…전력부문 배출량도 반등
경북 산불에 산림 흡수량 22.8% 급감…순배출량은 되레 0.5% 증가

지난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폭이 0.9%에 그쳤다. 산업과 수송 부문에서 배출량을 줄였지만 원자력발전 감소로 석탄발전이 늘면서 전력부문 배출량이 증가했다. 대형 산불까지 겹치면서 산림·토지 흡수량을 반영한 국가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오히려 전년보다 0.5% 늘었다.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5년 동안 1억4900만톤을 추가 감축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25년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잠정 추계한 결과 총배출량이 6억8571만톤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2024년 잠정배출량보다 610만톤(0.9%) 감소했다. 파리협정에 따른 새로운 국제 통계기준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2006 지침'을 적용한 결과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세는 눈에 띄게 둔화했다. 2006 IPCC 지침 기준 총배출량은 2022년 7억2200만톤에서 2023년 7억720만톤, 2024년 6억9180만톤, 지난해 6억8570만톤으로 줄었다. 전년 대비 감소율은 2023년 2.1%, 2024년 2.2%에서 지난해 0.9%로 낮아졌다.
특히 전력부문이 감축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해 전력부문 배출량은 2억2043만톤으로 전년보다 0.2% 증가했다. 총발전량은 전년과 사실상 동일했지만 원전 발전량이 2.2% 감소한 반면 석탄발전은 2.2% 증가했다.
원전 정비·정지일수가 2024년 2096.1일에서 지난해 2239.6일로 143.5일 늘어난 영향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8.5% 증가했지만 원전 공급 감소분 등을 메우기 위해 석탄발전이 증가하면서 전력부문 배출량도 함께 늘었다. 실제 석탄발전량은 2024년 167.2TWh에서 지난해 170.8TWh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원전은 188.8TWh에서 184.7TWh로 감소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전원믹스의 탈탄소화가 진행됐다. 2018년과 비교하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합친 무탄소 발전 비중은 29%에서 40.8%로 상승했고 석탄 비중은 41.9%에서 28.7%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전력부문 배출량은 2018년보다 6030만톤(21.5%) 감소했다.
산업부문은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배출량이 감소했다. 지난해 산업부문 배출량은 2억4293만톤으로 전년보다 2.1% 줄었다. 철강 조강 생산량이 6365만톤에서 6223만톤으로 감소했고 석유화학 기초유분 6종 생산량과 시멘트 출하량도 줄었다. 반도체는 생산지수가 160.1에서 180.7로 상승했지만 공정 저감효율 개선 등으로 배출량 증가폭을 1.3%로 억제했다.
수송부문 배출량은 9459만톤으로 2.9% 감소했다. 전기·수소차와 하이브리드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경유 사용량이 6.1% 줄어든 영향이 컸다. 전기·수소차 누적 등록대수는 2024년 72만2000대에서 지난해 94만4000대로 증가했다. 반면 건물부문 배출량은 난방도일 증가와 도시가스 소비 확대로 3.3% 늘어난 4500만톤을 기록했다. 냉매에서 발생하는 불소계 온실가스도 3.9% 증가한 3628만톤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형 산불은 국가 온실가스 수지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산림·토지 분야 흡수량은 3103만톤으로 전년보다 22.8% 감소했다. 지난해 3월 경북 산불로 바이오매스 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830만톤이 발생한 영향이다. 산불 피해면적은 2024년 132㏊에서 지난해 10만5099㏊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총배출량에서는 610만톤을 줄이고도 산림·토지 흡수량까지 반영한 순배출량은 2024년 6억5160만톤에서 지난해 6억5470만톤으로 310만톤(0.5%) 증가했다.
NDC 달성을 위해서는 감축 속도를 크게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해 총배출량은 기준연도인 2018년보다 8400만톤(11.4%) 감소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2030 NDC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여기서 다시 1억4900만톤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 2035 NDC 이행을 위해서는 2031~2035년 추가로 약 1억2700만~1억8200만톤을 감축해야 한다.
정부는 전력부문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보급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고 석탄발전 폐지 로드맵을 추진한다. 산업계 녹색·저탄소 전환을 위한 자금 공급 규모도 올해 8조7000억원에서 10조6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수송에서는 내년 전기차 보조금 지원 물량을 올해 30만대에서 43만대로 늘리고, 건물에서는 히트펌프와 재생열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민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분야·연도별 목표를 담은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2차 국가 기본계획'을 추진하는 한편, 연도별 이행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