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약사회가 정부의 의약품 배송 확대 방침에 반발해 총궐기대회를 연 데 이어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21일 '안전한 의약품 재택수령 제도 설계를 위해 대한약사회의 참여를 요청합니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약사회에 민관협의체 참여를 요청했다.
원산협은 당장 약배송을 전면 허용하자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재택수령 대상과 참여 약국, 배송 기준 등을 민관협의체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약사회는 현행 제도를 먼저 시행한 뒤 실제 운영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2월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은 의약품 재택수령을 섬·산간·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희귀질환자 등으로 제한한다. 정부는 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20일 재택수령 대상을 전체 비대면진료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현행법 시행 전에 정부가 재택수령 범위 확대 움직임에 약사사회와 원격의료 업계의 입장차가 커지고 있다.
원산협은 환자 안전을 전제로 약사의 복약지도, 수령자 본인확인, 배송 추적·관리, 의약품 품질관리, 사고 발생 시 책임 기준 등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지역 약국을 중심으로 환자 주소지 인근에서 의약품을 배송하는 체계도 제시했다. 참여 약국의 기준과 배송 거리·지역 기준을 마련하고 고위험 의약품은 대면 수령하도록 하는 등 의약품 특성에 따른 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처방·조제 단계에서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활용하고 배송 단계에서는 본인인증과 수령 기록을 남기는 단계별 관리체계도 제안했다.
이슬 원산협 공동회장은 “지금 당장 의약품 배송을 전면 확대하자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확대를 위해 어떤 것을 논의해야 할지를 민관협의체에서 얘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약사회가 의약품 배송 대상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민관협의체에서 협의해야 한다고 하면 업계 입장에서도 논의할 수 있다”라며 재택수령 대상 자체도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읍·면·동 내 약국으로 제한할지 일정 거리 이내 약국까지 허용할지 등도 세부 논의 과제로 제시했다.
약사회는 원산협 입장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약사회 관계자는 “12월에 정식으로 법을 시행하고, 제한적으로 약 배송이 허용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먼저 운영해 본 뒤 결과를 가지고 보완하거나 개선하면서 다음 과정으로 가야 한다”주장했다. 국회와 보건의료계·시민사회가 숙의를 거쳐 마련한 현행 제도를 시행하기도 전에 배송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편 소비자·환자단체는 의약품 재택수령 제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안전장치 마련을 전제로 제시했다. 한국소비자연맹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비대면진료는 의약품 수령까지 포함해야 완성된다”며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을 함께 제도화해 의료·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혁 기자 fak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