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환자 200만명 시대를 맞아 국산 에스테틱 기업들이 해외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피부과·성형외과를 체험 장소로 삼아 외국인이 한국에서 시술로 경험한 제품을 귀국 후에도 다시 찾게 하는 '글로벌 록인'을 주요국 허가와 현지 유통망으로 뒷받침하는 모습이다.
27일 관련업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201만1822명으로 2009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 200만명을 넘었다. 전년 대비 71.9% 늘어 같은 기간 방한 외래객 증가율(15.7%)의 4배를 웃돌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분석한 올 상반기 외국인 환자 의료업종 카드 이용액(1조4203억원)에서도 피부과(54.1%)와 성형외과(18.0%) 비중이 72.1%에 달했다. 환자 수로 봐도 두 과목이 74.1%를 차지했으며, 외국인 환자 87.7%는 의원급을 찾았다.
환자 국적과 소비 형태도 다변화했다. 지난해 중국(30.8%)이 일본(29.8%)을 제치고 1위에 올랐고, 대만(9.2%), 미국(8.6%)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일본인 환자는 2018년 4만2563명에서 지난해 약 60만명으로 14배 급증했다. 올 상반기 외국인 환자 카드 결제 건당 평균 이용액은 93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늘었다. 면세점 이용액이 1.4% 줄어드는 사이 약국은 87.9%, 화장품은 20.4% 늘었다. 시술 후 더마 화장품과 의약외품을 함께 구매하는 연계 소비가 확대된 결과다.
외국인 미용 의료 쏠림은 에스테틱 업계 단기 수출 호재로 이어졌다. 자국에서 허가받지 않은 시술을 위해 한국을 찾는 수요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에서의 경험이 귀국 후 현지 매출로 이어지려면 해당 국가 품목 허가가 필수적이다. 주요국 허가를 선점한 기업들이 귀국한 해외 환자 수요를 현지 매출로 고스란히 흡수하는 구조다.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대표적이다. 나보타는 2019년 아시아 톡신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획득한 뒤 세계 69개국에서 허가를 확보했다. 미국 주보, 유럽 누시바 등 현지 브랜드로 안착하며 선진국 규제를 통과했다.
나보타 매출은 2014년 52억원에서 2025년 2289억원으로 약 44배 증가했고, 2025년 수출액은 193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0%를 넘어섰다. 올 6월에는 국내 출시 12년만에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1537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록인 효과는 톡신을 넘어 스킨부스터와 필러로 번졌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 기준 올 상반기 독소·항독소 수출액은 2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7.4% 늘었다. 에너지 기반 미용의료기기(EBD) 수출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과 대만, 태국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K-에스테틱 성장세는 전체 바이오의약품 수출에서도 확인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45억달러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 수출 규모가 약 두배로 확대됐다.
에스테틱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외국인 환자의 국내 시술을 일회성 의료관광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한국에서 경험한 시술이 귀국 후 소비자의 제품 선택 기준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에서의 첫 경험을 해외 재구매로 연결할 수 있는 글로벌 유통·허가망 확보가 브랜드 성패를 가르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미국 FDA와 유럽 등 주요 규제기관의 허가는 단순한 판매 허가 이상의 의미”라며 “바이오의약품은 국가별로 품질·임상·제조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주요 규제시장에서 쌓은 허가 이력은 다른 국가로 시장을 확대할 때 제품 신뢰도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