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평균 연령이 사상 처음 13년으로 높아졌다. 신차 가격과 자동차 대출 비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이 차량 교체를 미루고 기존 자동차를 더 오래 타는 데 따른 것이다. 신차 판매에는 부담이지만 자동차 부품과 정비업체에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올해 초 미국에서 운행 중인 승용차와 경트럭의 평균 연령은 13년으로 집계됐다. 2024년 12.6년, 지난해 12.8년에서 다시 높아졌다.
미국 자동차의 평균 연령은 장기간 상승세를 이어왔다. 2008년 10.4년이었던 평균 연령은 2014년 11.4년, 2021년 12.1년, 2024년 12.6년으로 높아졌다. 약 20년 만에 자동차가 도로에서 운행되는 기간이 3년 가까이 길어진 셈이다.
신차 가격 상승과 높은 금융비용이 차량 교체를 늦추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새 차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커졌고, 차량 내구성이 개선되면서 소비자들이 기존 자동차를 더 오래 운행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승용차의 노후화가 두드러진다. 미국 교통통계를 기반으로 한 분석에서는 올해 승용차의 평균 연령이 약 14.1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SUV와 픽업트럭 등 경트럭의 판매 비중이 커지면서 기존 승용차가 상대적으로 오래 도로에 남아 있는 영향이다.
차량 교체가 늦어지면서 소비 지출의 중심도 신차 구매에서 수리와 부품 교체로 이동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통상 출고 후 6~14년 된 차량을 부품 교체와 정비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애프터마켓의 핵심 연령대로 본다.
현재 미국 도로에는 이 연령대 차량이 1억1000만대 이상 운행되고 있으며 전체 차량의 약 38%를 차지한다. 이 비중은 2028년 약 4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이 오래될수록 엔진과 전기계통, 냉각장치 등의 수리 수요도 늘어난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소비지출 분석에서도 11~15년 된 차량은 엔진 튠업과 전기·배기·냉각계통 수리에 대한 지출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과 장비, 액세서리에 대한 지출 역시 차량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완성차 업체에는 차량 교체 주기의 연장이 부담이다. 소비자가 기존 차량을 1~2년 더 운행할 경우 신차 구매 시점도 그만큼 늦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자동차 부품업체와 정비업체에는 노후 차량 증가가 새로운 수요를 의미한다. 자동차가 도로에 남아 있는 동안 부품 교체와 유지·보수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차량이 세단에서 SUV와 픽업트럭 등으로 이동한 것도 애프터마켓 시장에는 영향을 미친다. 대형 차량은 일반적으로 소형차보다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과 비용이 더 크다.
다만 차량 노후화가 부품업체에 무조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자동차가 지나치게 오래되면 소비자가 고액 수리 대신 폐차를 선택할 수 있고, 차종별 부품 수요가 달라 재고 관리도 복잡해진다.
미국의 '13년 자동차'는 단순히 차량 수명이 길어졌다는 의미를 넘어 소비 패턴의 변화를 보여준다. 비싼 신차와 높은 금융비용에 직면한 소비자들이 새 차로 교체하기보다 기존 차량을 더 오래 사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의 초점도 달라지고 있다. 신차를 얼마나 많이 판매하느냐뿐 아니라 이미 도로에 나온 차량을 얼마나 오래 운행하도록 지원하느냐가 부품과 정비업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