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막히자 '9㎿'로 몰린다…수도권 '소형 AIDC' 급증

전력계통평가 규제 피해
10㎿ 미만 30여건 추진
충분한 사업성 검증 없어
사후관리·시설 방치 우려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

수도권 전력계통 포화로 대형 데이터센터의 신규 진입이 사실상 막힌 가운데,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기준인 10㎿ 미만 소규모 사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지만 차별화한 기능을 갖추지 못한 시설은 경쟁력을 잃은 채 방치될 가능성이 있어 사후 관리 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현재 추진 중인 10㎿ 미만 데이터센터 사업만 30건 이상으로 추정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서구 마곡동, 영등포구 양평동 등에서 다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대다수가 9㎿ 안팎으로 AI 데이터센터(AIDC)급 대형 설비 5~6기 분량에 이른다.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강남 등 기존 데이터센터 진입이 어려웠던 지역까지 사업을 타진하는 경우가 생겼다”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쏠림의 기본 배경은 규제 구조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평가 대상 지역에서 10㎿ 이상을 신규로 쓰거나, 기존 10㎿ 미만 사용자가 증설로 10㎿에 도달할 경우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받도록 한다. 평가 통과(수도권 기준)는 신청 건수 대비 5%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10㎿ 미만은 평가 대상이 아니다. 구축 기간도 6개월 안팎으로, 통상 3년 이상 걸리는 대형 시설보다 짧다. 수요도 뒷받침된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는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서울 데이터센터 재고를 698㎿로 집계하며, 상대적으로 확보가 쉬운 최대 10㎿ 규모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공실률은 3% 미만이며, 코로케이션 임대료는 2019년 월 kW당 약 14만원에서 지난해 25만원으로 70% 이상 올랐다. 현재로서는 짓기만 하면 임차가 붙는 구조여서 사업자의 수요 검증 부담이 낮다.

규제 여건과 수급 상황에 맞춰 사업자들이 움직이는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으로 볼 수 있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사업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사업이 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분산형으로 저지연(실시간) 처리에 적합한 엣지 기능을 수행하는 시설은 도심 인접성이라는 대체 불가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선임차 등 수요 기반 없이 규모만 규제 수준에 맞춘 시설은 차별점을 입증하지 못한 채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고객이 없거나 데이터센터 가동률이 떨어지면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도심 한복판에 전력을 선점한 채 유휴 상태로 남는 시설이 생길 수 있다. 사후 관리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차 수요의 성격도 변수다. 현재 수요는 빠른 응답속도가 필요한 업무 때문이라기보다, 전력이 확보된 서버 공간을 구하기 어려워 몰리는 측면이 크다. 이런 수요는 대체 공간이 생기면 언제든 이탈할 수 있다. 삼성SDS, SK그룹·아마존웹서비스(AWS), LG유플러스 등 대형 사업자가 구미, 울산, 파주 등에 데이터센터를 추진하고 있어, 이들이 본격 가동되면 도심 소형 시설은 전력비와 부지비에서 우위를 갖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준화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 사무국장은 “부동산 투자가 데이터센터로 집중되고 있지만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사업 타당성을 가르는 기준은 10㎿ 미만이 아니라 엣지로서의 실질 기능이며, 이를 갖추지 못한 시설은 사업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물량이 쌓이면 전력 계통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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