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SNS 과몰입, 누가 어떻게 답해야 하는가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청소년의 일상은 이미 스마트폰 화면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그리고 사용자 친화적인 태도로 감정적 교감을 나누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은 이제 뗄 수 없는 일상의 동반자가 됐다. 하지만 편리함과 혁신 이면에는 '과몰입'이라는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국회와 시민사회, 학계를 중심으로 청소년 디지털 과몰입 책임을 가정이나 개인의 탓이 아니라 서비스를 설계한 플랫폼 기업으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이유다.

필자는 아직 이 문제 사회 반응과 대응에 판단 유보적이긴 하다. 다만 해결 방법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이전에는 항상 문제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단지 위험성이 있다고 해서 본질 자체가 문제라고 단정하면 안될텐데도 지금 논의를 보면 “청소년 중독, 누구의 책임인가?”로 묻고 플랫폼 기업의 책임이라 답하는 단순한 논리로 주장되는 듯이 보인다.

8년 전쯤 미국 빅테크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경쟁을 제한할 무소불위 공룡이 될 것이 확실하다는 이유로 유럽과 미국 일각에서 규제 논의가 시작된 기억이 있다. 지금도 플랫폼규제법안이 우리 국회에 계류됐고, 현재 진행 중이지만 그 당시에도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사전 실증 조사 없이 유럽의 미국 빅테크 대항법과 유사한 많은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필자는 사전 실증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시장 왜곡이 사실이라면 현행법으로 규제가 가능한지 우선 살펴봐야 하며 우리 현행법으로 어렵다면 마지막 방법으로 외국법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장 상황이 다른 국내 플랫폼에게 크게 다가올 역효과를 줄이거나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책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도 사전 실증 조사 없는 규제에는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모든 일에는 선과 후가 있듯이 현재 청소년 SNS 사용이 정말 심각한 어떤 장애나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해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특단 조치가 필요하다면 과연 그런지에 대한 조사부터 해야 마땅하다. 호주에서 16세 이하 청소년에게 SNS 사용을 금지시켰으므로 우리도 해야 한다거나 이 모든 책임은 기업에 있으니 돈 버는 기업이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모두 다 책임지라는 식 요구는 이성적이지 않아 보인다. 물론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에 책임이 없을 수는 없다. 다만 그 책임이 기업의 의도적인 행위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다양한 사회·가정·개인적 요인이 결합한 결과인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하나의 서비스에서 발견된 문제가 모든 플랫폼과 서비스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과몰입 방지 주장과 내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과몰입 방지 주장과 내용

과거 사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전 게임셧다운제는 당시 게임이 일단 나쁜 어떤 것이며 청소년들이 공부를 덜 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일부 청소년은 잠을 잘 시간에도 이용하므로 마치 사회악처럼 주장했지만 결국 실효성 부족을 이유로 폐기된 전례가 있다. 게임셧다운제는 대한민국 온라인게임 업계의 주홍글씨가 돼 상당한 침체기를 야기하기도 했다. 그 이전 인터넷실명제 역시 우리 영상 산업을 약화시켰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와 같은 사례로 알 수 있듯이 사전 실증 조사 없이 이루어진 우리 사회의 성급한 논의는 우리 공동체에 너무나 큰 영향을 준다.

이런 사례로 볼 때 SNS 이슈는 좀 더 이성적으로 접근해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근 사회적으로 많이 이슈화돼 있지만 이미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청소년 보호를 위한 많은 정책과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청소년 보호라는 대의명분에 공감하면서도 현재 불어닥치는 규제 움직임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플랫폼 업계 입장이 아직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는 우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일률적 접근 차단 및 과도한 규제'에 대한 우려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과거 게임 산업 등에서의 셧다운제처럼 단순히 이용 시간이나 연령을 기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기술 진화 흐름을 역행하고 실효성도 떨어질 것이다. 특히 엄격한 연령 확인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을 유발하고 플랫폼 기업에 과도한 감시·통제 의무를 지우는 것은 혁신 동력을 꺾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둘째, '기술의 순기능과 역기능 사이 모호성'이다. 과거 TV가 등장했을 때도 그 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도 과몰입, 중독, 사회적 유해성 논란은 계속 있었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으로 당시의 논란을 불식시켰고 지금은 이 문제를 크게 다루지는 않는다. 이제 스마트폰이나 SNS가 그 주인공이 되었다.

개인화 알고리즘은 본래 사용자에게 더 유익하고 맞춤화된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안된 핵심 기술이다. 엄청난게 많은 양의 정보에서 내가 원하는 선택지를 골라주는 기술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 이를 '중독 유발 장치'나 혹은 의도적인 중독설계로 보고 규제하는 것은 기업과 기술의 본질에 대한 과도한 오해다.

셋째, '사후적 처벌 중심 규제나 처방적 규제보다는 기능별·위험도별 자율규제와 정교한 접근'이 중요하다. 서비스 전체를 옥죄기보다는, 과몰입을 유발하는 특정 위험 요소를 세밀하게 타기팅해 보완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기술의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진 지금은 자율규제를 비롯한 여러 대안적 요소들을 검토해서 우리 사회가 논의할 때다. 즉 성토보다는 논의가 더 많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1865년 영국의 적기조례(Red Flag Act)는 마부들의 기득권을 위해 자동차 속도를 강제로 제한하는 규제였으나 엉뚱하게도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수십년간 얼어붙었고 그 중심이 미국과 독일로 옮겨가게 했다. 세계 최초로 증기자동차를 발명한 영국이지만 과도한 규제 때문에 지금까지도 산업의 주도권을 미국과 독일에 완전히 뺏겨버린 것이다.

어떤 문명 도구든지 인간이 발명하고 사용하는 사람을 위해 발전하며 최종적으로 책임질 능력이 있는 인간에 의해 정착돼 가는 것이 인류 도구 진화 역사다. 어떤 것이 누구의 전적인 책임이라는 논의는 전근대적이다. 중세 마녀사냥식 논의는 지양돼야 하고 어떤 것이든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법을 찾는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문명 이기가 나올 때마다 일방적으로 금지하는 낡은 대처와 실수를 멈출 수 있다.

제도적으로 청소년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리터러시를 높이고 부모가 함께 해결하려는 자세가 선행된다면 잘못 설계된 서비스가 있더라도 우리 청소년들이 수동적인 피해자로만 전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청소년들의 자정능력을 외면하고 어른들의 노력없이 일방적인 금지를 요구하는 것은 과몰입 이전에 국가에 대한 과의존은 아닌지 걱정된다. 그리고 금지라는 극단적인 조치는 청소년들의 문화향유에 대한 권리를 뺏는 결과를 초래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외면하게 될 수도 있다.

지금 플랫폼 업계는 '방관자'로 남을 수 없는 기로에 섰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서비스 설계 단계부터 안전을 고려하라”는 이른바 '안전설계(Safety by Design)' 패러다임도 상당한 주장으로 대두되고 있다. 플랫폼 업계가 진정으로 신뢰받는 혁신 주체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과몰입 유발 구조가 실제 유해한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자발적 진단 그리고 청소년 계정에 대한 세심한 '기본 안전 설정(Safe Defaults)' 등 적극적인 예방책을 더 알리고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shpark@kinternet.org

〈필자〉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국민대에서 법학 석사, 가톨릭대에서 조직상담학 석사를 취득했다. 네이버에서 대외협력실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컴투스, 게임빌 법무총괄 이사로 지냈다. 2018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위원회 규제심사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지식정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후 규제 완화, 글로벌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 억제, 인터넷 플랫폼 활성화 도모 등 국내 인터넷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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