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6일 오전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정부 인공지능(AI) 정책의 공정성과 AI 안전, 사이버 보안 대응 체계를 집중 점검했다. 정부가 'AI 3대 강국'을 내걸고 수조원대 AI 투자를 잇달아 추진하는 가운데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안전·보안 투자 불균형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과기정통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과 프런티어 AI 투트랙 기조를 유지하면서 AI 안전 마스터플랜 수립, 정보보호 예산 증액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독파모·프런티어 AI 사업 재설계 당위성 공방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출자 4조7000억원, 전체 16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프런티어 AI 사업의 진행 과정의 불투명성을 짚었다. 특히 1년간 이어온 독파모와 후속 정책인 프런티어 AI 사업과의 중복성을 거론하며, 대규모 예산 투입에 대한 투명성과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독파모와 프런티어 AI의 관계에 대해 두 사업이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하며, 프론티어급 모델 개발 필요성이 재차 강조했다.
배 부총리는 “독파모 사업은 2차 평가를 마치고 3차 과정에 돌입했으며, 3차에서는 글로벌 오픈웨이트 모델 수준에 근접한 모델을 목표로 한다”면서 “독파모는 목표대로 추진하되, 슈퍼인텔리전스(초지능) 경쟁과 미토스 쇼크 등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기존 목표 수준을 뛰어넘는 프론티어 모델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프런티어 AI 모델을 개발하는 배경으로는 사이버 안보 대응 등을 꼽았다. 배 부총리는 “산업·공공에서 활용하는 기존 AI 수준만으로는 인류 난제와 사이버 안보 등에 대응할 프론티어급 모델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데이터셋 구축사업의 중복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공정성 문제가 아닌 전문성을 갖춘 역량이 있는 기업들이 참여했다며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AI 성능·안전 예산 불균형 지적
AI 안전 투자가 성능 경쟁에 크게 뒤처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 성능·인프라 예산이 6조1490억원인 반면 안전·신뢰 예산은 274억원으로 224대 1 수준”이라며 “가속페달은 급속히 키워지는데 브레이크는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국가AI안전연구소 인력도 38명으로 영국·일본 등에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전체 AI 예산의 1%를 안전 분야에 배정하는 방안을 내년 예산부터 단계적으로라도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안전연구소 실험에서 프롬프트 주입, 메모리 편향 주입 등 외부 공격 대부분에 대한 방어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배 부총리는 “킬 스위치 같은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며 공감을 표했다. 정부는 12월 국가 AI 안전생태계 조성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가 AI 안전관리체계 구축, 첨단 AI 안전대응역량 강화 등이 3대 전략으로 담긴다.

◇해킹 대응·IMSI 노출 질타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2023년 대비 침해사고는 26%, 유출사고는 45% 늘었다며 범정부 대응기구 부재를 지적했다. 일본에 게이트웨이를 둔 스타링크의 데이터 노출 우려도 제기했다. 배 부총리는 내년 정보보호 예산을 올해 3634억원 대비 44% 늘어난 5232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으로 기업 신고 없이도 해킹 정황만으로 현장조사가 가능해졌다고도 설명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스타링크 게이트웨이의 국내 이전 문제를 사업자와 논의해왔다고 답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LG유플러스가 가입자 전화번호를 반영한 국제이동가입자식별번호(IMSI) 체계를 15년간 유지해, IMSI 캐처로 전화번호를 손쉽게 탈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 부총리는 “원격 업데이트로 IMSI 값을 일괄 전환하겠다”며 “해킹 은폐 의혹 수사에서 고의적 증거 인멸이 밝혀지면 당연히 위약금 면제를 요청해야 한다”고 답했다.
◇中 휴머노이드 국감장 등장…통신비 부담 지적도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 유니트리와 애지봇의 휴머노이드 로봇 2대를 국감장에 직접 들여왔다. 이 의원은 국내 AI 기업 2814곳 중 하드웨어 기업은 53곳(1.9%)에 불과하고,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연구개발(R&D) 예산은 연 40억원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산하 과학관에 배치된 로봇 36대도 모두 중국산이라고 꼬집었다. 배 부총리는 “기존에 턱없이 부족한 투자가 진행됐다”며 3대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부와 함께 피지컬 AI 투자를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말기유통법 폐지 이후 단말 구입비는 44% 줄었지만 통신이용료는 0.1% 늘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AI 구독료까지 더해진 가계 통신비 부담 대책도 주문했다. 배 부총리는 제4이동통신 등 경쟁 활성화는 정부 주도보다 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OTT·AI 구독료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통신비 집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