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산업이 급변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까지 유지되던 인프라 구축과 속도 경쟁은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6G를 앞둔 현재 얼마나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인공지능(AI)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 1월 디지털 네트워크법 규정안을 제안한 것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기존 전자통신 규제 체계를 정비하고 네트워크 투자와 디지털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요금 인하에 매몰된 전통적인 통신 규제를 넘어 AI 시대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할 정책 패러다임 전환 방안을 2회에 거쳐 모색한다.

〈상〉요금 인하 넘어 경쟁력 강화로
세계적으로 통신 산업은 전화나 문자 메시지 등 전통적인 '연결'의 역할을 넘어 AI,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새로운 서비스 구현을 위한 기반 인프라 기능으로 확장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통신 정책은 여전히 '요금 인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통신 3사의 소매요금 인하 압박은 물론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매대가와 제공 조건까지 규제하면서 통신시장 전체 투자 여력과 지속가능한 경쟁까지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통신 업계는 요금 인하 자체를 정책 목표로 설정하기 보다는 사업자간 경쟁을 유도, 그 결과로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괄적인 요금 인하 압박은 통신사에게 비용 절감만 집중하게 되고 6G, AI 네트워크 등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의 통신 요금 인하 압박은 계속돼 왔다. 일괄적인 통신 요금 인하가 한계에 직면하면서 데이터안심옵션(QoS) 의무화, 최적요금고지, 통합요금제 실시 등 이재명 정부 들어 간접적인 요금 인하 유도 정책이 강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알뜰폰 육성을 위한 정부가 도매대가 인하 등을 요구하면서 통신 3사는 이중 가격경쟁 압박에 놓이게 됐다.

이렇다보니 국내 통신시장의 투자 여력은 과거보다 축소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통신 3사의 설비투자(CAPEX)는 2019년 9조6000억원에서 2025년 6조200억원으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통신 이용자에게 돌아가는 편익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가격 중심의 규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요금 인하는 경쟁이 제대로 작동했을 때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품질과 서비스, 네트워크 투자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더 큰 편익이 돌아 갈수 있다. 현재의 시장이 5G 고도화와 AI 네트워크 확산 등 새로운 투자와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통신정책과 규제 틀을 다시 짜야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통신산업은 AI 사회를 구현하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를 담당하지만, 정부는 역할과 가치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통신사의 혁신을 지원하고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해 AI 구현에 따른 더 큰 효과를 줄 수 있는 규제 패러다임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