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8년6개월간 밀가루 부산물 판매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 제분업체 6개사에 대한 제재 심의에 착수했다. 담합 관련 매출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를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로 판단하고 과징금 부과와 법인·임직원 고발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사조대림·삼양사·CJ제일제당·한탑 등 6개사의 밀가루 부산물 가격담합 사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심사관은 이들 업체가 2017년 4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매달 판매가격을 합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6개사의 소맥피 시장 점유율은 약 7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 대상은 밀가루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맥피와 등외분이다. 소맥피는 밀의 껍질과 일부 전분질이 섞인 부산물로 배합사료에 섬유질을 공급한다. 등외분은 식용 기준에 미달한 저품질 밀가루로, 사료 원료를 서로 결합하는 데 쓰인다.
이들 부산물은 농협사료와 축협 등 사료 제조업체에 공급된다. 담합이 사료 제조원가를 높여 축산농가 생산비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다만 실제 농가 부담 증가분이나 소비자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행록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직접적으로는 사료 가격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육류 가격에도 매우 간접적이지만 영향이 없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발표된 밀가루 가격담합 사건과 별개다. 공정위는 두 사건을 동시에 조사했지만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시급성을 고려해 밀가루 사건을 먼저 처리했다. 밀가루 담합에 연루됐던 대선제분과 삼화제분은 부산물 담합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제외됐다. 반면 사조대림은 사조동아원에 부산물 판매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담합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종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국제 원맥 가격보다 수입 소맥피 가격과 부산물 가격 사이의 연관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가격 합의 방식과 주도 업체, 담합 종료 이후 판매가격 변동 여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심사관은 이번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1호의 가격담합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법인 및 임직원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기준으로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적용되는 과징금 부과기준율은 관련 매출액의 10.5~15%다. 실제 과징금 규모와 고발 대상은 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공정위는 방어권 보장 절차가 종료되는 대로 위원회를 열어 법 위반 여부와 최종 제재 수준을 결정할 계획이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