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과 큐리언트 공동 연구팀이 차세대 항암제인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신약 후보 물질 '모카시클립'을 병용 투여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는 치료 원리를 규명했다.
포스텍은 김태경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교수, 통합과정 정혜림 연구팀이 큐리언트 연구팀과 신약 후보 물질 '모카시클립'을 항체-약물 접합체와 같이 쓰면 항암 효과가 크게 높아진다는 사실과 그 원리를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ADC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에 강력한 항암제를 실어 보내는 역할을 한다. '엔허투(T-DXd)'와 '트로델비(SG)'가 대표적이다. 둘 다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키는 약물을 싣고 있다. 같은 방식의 후보 물질만 100여 개가 임상시험 중이다. 문제는 암세포가 DNA 복구 능력을 키우면 효과가 떨어지고, 한 약에 생긴 내성이 비슷한 다른 ADC로 번진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효소 'CDK7'에 주목했다. 세포가 단백질을 만들려면 먼저 유전자를 읽어야 하는데, CDK7이 그 출발 신호를 준다. 여러 암에서 유난히 많이 만들어져 항암 표적으로 꼽혀 왔지만, 기존 억제 물질은 비슷한 다른 효소까지 함께 막아 CDK7만 막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어려웠다. 큐리언트가 임상 개발 중인 '모카시클립'은 유사 효소보다 CDK7을 200배 이상 정확히 골라 막는다.
연구팀은 유방암 세포 유전체 전체를 분석해 브레이크가 걸리는 지점을 찾아냈다. 모카시클립은 억제된 CDK7을 유전자의 출발선에 붙잡아 두어 유전자를 읽는 RNA 중합효소가 출발하지 못하게 했다. 그 결과 암 성장을 이끄는 단백질(MYC, E2F)의 활동이 줄었고, 암세포가 DNA 손상을 고치는 데 쓰는 유전자들의 발현도 함께 떨어졌다.
브레이크의 효과는 한 가지 더 있었다. ADC가 남긴 DNA 손상은 유전자를 읽으며 지나가던 효소가 그 자리에 부딪혀야 비로소 치워지기 시작한다. 효소가 출발조차 못 하니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고, 손상은 그대로 암세포에 쌓여 갔다.

두 약물을 함께 쓴 효과는 소세포폐암, 대장암, 폐암 모델에서 확인됐다. 특히 엔허투가 잘 듣기 어려운 조건의 대장암 동물 모델에서도, 두 약물을 함께 투여하자 종양이 더 자라지 않았다(종양 성장 억제율3) 102%). 약물을 하나만 투여했을 때는 약 11일 뒤 종양이 다시 자랐지만, 함께 투여한 경우에는 실험 기간 내내 효과가 유지됐다. 트로델비와 함께 썼을 때도 종양 억제 효과가 높아졌다.
김태경 교수는 “선택적 CDK7 억제가 전사 조절을 통해 DNA 손상 복구를 막고 ADC의 효과를 높이는 원리를 밝혔다“라며 ”표적 단백질이 적거나 부작용 때문에 용량을 줄여야 하는 환자, 여러 ADC를 차례로 사용하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차세대바이오사업, 해외우수과학자유치사업, 미래선점형사업, 선도연구센터 사업,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교육부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 사업, 교육부 BK21 FOUR 사업,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암연구소 내부연구프로그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