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맛도 데이터로 읽는다…세계김치연구소, 성분 분석으로 맛 강도 예측 모델 구축

성분 데이터로 예측하는 김치 맛 강도.
성분 데이터로 예측하는 김치 맛 강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소장 장해춘)는 김치의 성분 데이터와 관능평가 결과를 연계해 사람이 느끼는 신맛·짠맛·단맛·감칠맛·매운맛 등 5가지 맛의 강도를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사람의 감각에 주로 의존해 온 김치 맛을 측정 가능한 성분 데이터와 연결해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김치는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당류와 유기산, 아미노산 등 다양한 성분이 변하면서 맛도 함께 달라진다. 같은 발효 단계의 김치라도 원료와 제조방법 등에 따라 성분 조성과 맛에 차이가 생긴다. 현재 김치의 맛 품질 평가는 주로 숙련된 평가자가 직접 맛을 보는 관능평가에 의존하고 있어, 많은 제품을 신속하고 일관되게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김호명 세계김치연구소 박사 연구팀은 김치 맛을 데이터로 예측하기 위해 시판 배추김치 32종을 4℃에서 0주, 3주, 7주 동안 저장하며 총 96개 시료에 대한 분석 데이터를 확보했다. 각 시료의 pH, 적정산도, 염도 등 이화학 특성을 측정하고, 당류·유기산·아미노산·캡사이시노이드 등 총 44종의 성분을 정량 분석했다. 동시에 훈련된 관능평가단이 같은 시료의 5가지 맛의 강도를 평가해 데이터화했다.

이어 연구팀은 pH·적정산도·염도와 각종 맛 관련 성분의 분석값을 관능평가 결과와 연계하고, 여러 성분과 맛의 관계를 함께 분석하는 다변량 회귀분석을 통해 맛별 예측모델을 구축했다. 즉, 김치에서 측정한 이화학 특성과 성분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이 느끼는 맛의 강도를 수치로 예측하도록 한 것이다. 모델 개발 데이터에서 실제 관능평가 결과를 얼마나 설명하는지를 나타내는 결정계수(R²)는 신맛 94.8%, 매운맛 79.0%, 짠맛 70.9%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모델 개발에 사용하지 않은 별도의 시판 김치 28종을 이용해 실제 적용 가능성도 검증했다. 구축한 모델에 이들 김치의 성분 분석값을 적용한 결과, 짠맛·매운맛·신맛에서 예측값과 실제 관능평가 결과 간 일치성이 확인돼, 시판 김치의 맛을 성분 데이터로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김치의 성분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이 느끼는 맛의 강도를 수치로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다양한 김치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해 모델을 고도화하면 제품 간 맛 편차 관리와 발효 상태 모니터링 등 생산·유통 현장의 품질관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호명 박사는 “김치의 맛은 여러 성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는 만큼, 이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번에 구축한 예측모델을 다양한 김치에 적용·검증해 실현 가능성을 높여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식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푸드 리서치 인터네셔날(Food Research International)'에 게재됐다.

전남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