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인 IPv6의 국내 이용률이 세계 평균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간 IPv6 상호접속이 미완에 그치면서 국내 트래픽이 해외 네트워크를 거쳐 되돌아오는 비효율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천억원 이상을 투입한 망 고도화 작업이 반쪽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아시아태평양인터넷주소관리기구(APNIC) 산하 연구소 APNIC랩스의 측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IPv6 이용률은 29.0%로 세계 평균(43.7%)을 밑돌았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뚜렷하다. 한국은 프랑스(85.7%), 인도(76.8%), 독일(73.0%), 일본(61.9%), 미국(61.8%), 중국(49.8%) 등에 크게 뒤졌다. 비교 대상국 가운데 싱가포르(21.8%)를 제외하면 가장 낮았다. 1년 전(31.1%)보다 2.2%포인트 하락했으며, 세계 평균과 격차는 2017년 12월 6.3%포인트에서 14.7%포인트로 두 배 넘게 벌어졌다.
IPv6는 약 43억개 주소만 생성할 수 있는 IPv4(32비트)를 대체하는 128비트 체계 인터넷주소다.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주소를 만들 수 있어 사물인터넷(IoT) 등 초연결 신산업의 기반 인프라로 꼽힌다.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는 2011년 2월 IPv4 주소 고갈을 선언했다.
전환이 더딘 배경으로는 통신사 간 연결 문제가 지목된다. 국내 통신사 간 IPv6 상호접속이 완결되지 않으면 국내 이용자끼리 주고받는 트래픽도 해외망을 거쳐 돌아오게 된다. 통신 3사는 2012년 12월 백본망과 인터넷교환망(IX)에 IPv6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2017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트래픽 정산시스템 개발 지원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상호접속은 전 구간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투자 효과도 반감됐다. 정부는 2014년 '무제한인터넷주소(IPv6) 확산 로드맵'에서 국가 전환 비용을 총 8215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6139억원이 투입된 상태다. 같은해 KISA 조사에서 국내 백본망의 IPv6 준비율은 94.7%, 가입자망은 68.9%에 달했다.
조 의원은 “우리나라는 IPv6 조기 도입을 약속한 2008년 '서울선언'의 개최국인데, 지금은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데다 1년 새 오히려 뒷걸음질쳤다”며 “수천억원을 들여 깔아 놓은 차세대 인터넷 망이 서로 이어지지 않아 국내 트래픽이 해외를 빙빙 도는 것은 명백한 국가적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주소 전담기관인 KISA가 실태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정부와 함께 통신사 간 IPv6 상호접속을 포함한 전환 계획을 다시 세워 끝까지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이날 열리는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IPv6 전환 정체 문제를 짚을 계획이다. 인터넷주소 전담기관으로서 KISA의 역할 강화도 촉구할 예정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