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의 출생아 수가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감소한 가운데, 현지 부동산 거물의 황당한 저출생 해법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피임기구 제조사에 일부러 결함 있는 제품을 만들도록 하자는 주장이 논란의 발단이다.
15일(현지시간) 홍콩 문회보에 따르면 중위안그룹을 세운 스융칭 회장은 최근 발표한 칼럼에서 피임용 콘돔의 보급이 출산 감소를 초래한 주요 배경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그는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면 경제적 지원책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며,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콘돔 가운데 일정 비율을 불량 제품으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생산 단계에서 결함 제품의 비중을 조절해 출산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스 회장은 피임 행위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콘돔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적은 비용으로 성관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됐다는 취지다.
그는 자신의 제안이 오늘날 사회의 통념에 어긋나며 거센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다만 혈통이 끊기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면 언젠가는 과감하고 극단적인 정책까지 검토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중반부터 1년 동안 태어난 아기는 약 2만9700명에 그쳤다. 연간 출생아 수가 3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처음으로, 1960년대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스 회장은 과거에도 출산을 강제하는 듯한 주장을 내놓아 논란을 일으켰다. 2021년에는 자녀를 두 명 낳기 전까지 피임용품 구매를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혀 비판받았다.
최근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한 뒤에도 그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튿날에는 중국에서 거론된 미혼자와 무자녀 가구에 대한 이른바 '독신세' 도입론에 공감한다며, 두 자녀를 낳을 때까지 금전적 부담을 강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추가로 내놨다.
홍콩 온라인 커뮤니티 연등(LIHKG)에서는 그의 발언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층이 부모가 되기를 망설이는 배경에는 피임 도구보다 치솟은 주거비와 감당하기 어려운 생활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이다.
현지 누리꾼들은 “집값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피임 수단”, “젊은이들에게 출산을 포기하게 만든 것은 콘돔이 아니라 부동산 매물에 붙은 비싼 가격표”, “셋째 아이를 낳으면 방 세 개짜리 주택을 제공해 보라. 피임용품을 규제하지 않아도 출산이 늘어날 것”,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콘돔이 아니라 부동산 재벌들이 끌어올린 집값 때문”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