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량용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XHEART가 르노그룹과 치루이자동차에 이어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테크놀로지 투자를 유치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중국 자동차 기업,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아우르는 투자 기반을 확보하면서 자율주행과 로봇 등 물리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중국 경제매체 36Kr는 복수의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XHEART가 최근 전략적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투자에는 르노그룹이 처음으로 참여했으며, 치루이자동차는 추가 투자에 나섰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주요 기업인 창신테크놀로지도 투자자로 합류했다. 이에 따라 XHEART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50억위안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투자자들의 사업적 배경이다. 르노그룹은 유럽을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이며, 치루이는 중국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창신테크놀로지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창신테크놀로지가 자동차 산업과 연계된 반도체 설계 기업에 투자한 것은 이례적 사례로 평가된다.
XHEART는 대규모 AI 모델의 연산 수요에 대응하는 전용 반도체를 설계하고, 자율주행과 로봇 등 물리 AI 분야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핵심 제품인 X7은 도심 주행을 지원하는 레벨2++급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레벨3·레벨4 자율주행 시장을 겨냥해 개발됐다. 기존 차량용 첨단 운전자 보조 반도체와 경쟁할 수 있도록 성능과 전력 효율 등을 고려해 설계했다.
X7은 상하이자동차와 폭스바겐의 합작 모델인 ID.ERA 9X에 처음 적용됐다. 이후 상하이자동차 산하 MG와 룽웨이, 제너럴모터스(GM) 산하 캐딜락, 치루이 일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업계에서는 X7의 차별화 요소로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반도체 아키텍처의 긴밀한 연계를 꼽는다. XHEART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모멘타(Momenta)와 제품 기획 및 설계 단계부터 협력해 알고리즘 특성을 반도체 구조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용적인 사용 환경을 모두 고려해 연산 자원을 과도하게 확보하는 방식 대신 실제 알고리즘에 필요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성능과 전력 소비, 수율을 함께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차세대 제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자율주행 모델과 체화형 로봇 모델 규모가 커지면서 AI 연산을 담당하는 반도체 성능 요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모델의 매개변수 규모가 수백만개 수준에서 수십억개 수준으로 확대되는 흐름이 전용 AI 반도체 시장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협력 생태계 역시 XHEART 경쟁력으로 꼽힌다. 자율주행 알고리즘 기업 모멘타와 차량용 운용체계(OS) 기업 QNX가 주요 협력사다. 모멘타는 중국에서 일찍부터 레벨2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섰으며, 현재 전 세계 20여개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36Kr에 따르면 모멘타는 홍콩 증시 상장에 앞서 소프트웨어 적용 차량 규모 100만대를 달성했다. 모멘타와 협력은 XHEART가 자율주행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개발하고 고객사와 적용 차종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투자자들은 XHEART 해외 사업 확대에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자동차 및 부품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 시장에 기반을 둔 르노그룹과 해외 판매 확대에 적극적인 치루이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경우 XHEART가 해외 완성차 업체와 접점을 넓히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창신테크놀로지의 투자 참여는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반도체 제조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6Kr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퀄컴이 중국 반도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과 사전 계약을 통한 유리한 공급 가격이 영향을 미쳤다는 업계 분석을 전했다. XHEART 역시 창신테크놀로지와 자본 및 사업적 연계를 통해 메모리 조달과 가격 협상에서 이점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공급 계약이나 가격 조건이 확정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경쟁 환경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니오·리샹·샤오펑 등 중국 신흥 전기차 업체들은 자체 개발한 반도체 사업을 분리해 외부 투자와 고객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샤오펑이 개발한 튜링(Turing) 칩은 폭스바겐 차량에도 적용됐다. 폭스바겐은 전 세계에서 연간 수백만대 차량을 판매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샤오펑과 지분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사 반도체 외부 공급 확대에 유리한 기반을 갖췄다.
완성차 업체에서 분사한 반도체 기업은 모기업 기술과 양산 경험을 활용할 수 있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완성차 업체 수주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에 XHEART와 같은 독립 반도체 기업은 여러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는 완성차 업체들도 차량 양산 경험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역량을 축적하고 있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을 넘어 로봇과 각종 지능형 기기로 물리 AI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전용 반도체 시장 성장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XHEART는 완성차·메모리·소프트웨어 기업을 연결하는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번 투자 유치가 실제 공급 확대와 해외 시장 진출, 원가 경쟁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성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