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말론적 사상을 퍼뜨린 케냐의 사이비 종교 지도자가 191명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밝혀진 피해자 가운데 단 1명을 제외한 190명이 모두 어린이로 밝혀져 현지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케냐 몸바사 법원은 최근 '굿뉴스 인터내셔널 미니스트리스'의 수장 폴 매켄지에게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교단 간부 28명도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매켄지는 신도들에게 아이들을 굶겨 죽이면 “예수를 만날 수 있다”며 단식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의 교리는 학교 교육을 금지하고 현대 의학을 '악'으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매켄지의 신도들이 그를 '예수의 대변인'으로 믿었다고 밝혔다. 한 피고인은 매켄지가 단식 명령을 거부하는 사람에 대해 “발길질과 구타를 해서라도 천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했다.
교단에서는 사망자를 매장하는 일을 '결혼식(wedding)'이라고 불렀으며, 숨진 신도가 '예수와 결혼했다'며 죽음을 축하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증인은 임신한 여성이 출산한 뒤 갓난아기에게 수유하지 못하도록 지시받았고, 아기가 생후 12일 만에 숨졌다고 증언했다. 해당 여성 역시 자녀들을 따라 죽으라는 지시를 받고 단식을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켄지는 지난 2023년 케냐 해안 인근 샤카홀라 숲에서 400구가 넘는 시신이 얕게 묻힌 채 발견되면서 체포됐다. 상당수 시신은 부패가 심해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시신 발굴 작업에 참여한 한 남성은 “한 무덤에서 어린이 시신 12구가 줄지어 발견된 적도 있었다”며 “몇 주밖에 되지 않은 아기들의 시신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어린이는 손과 발이 묶인 채 침대 시트에 싸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유족 가운데 한 명인 스티븐 음위티는 자신의 자녀 6명이 모두 이 교단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그의 전 부인 역시 이번 사건에서 매켄지와 함께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매켄지는 2003년 교단을 설립한 뒤 케냐 전역에서 수천명의 신도를 모았다. 그는 교육과 의료를 부정하고 디지털 신분증을 '악마의 표식'이라고 주장하는 등 극단적인 종말론을 설파해왔다.
2019년 교회 문을 닫은 뒤에는 신도들을 샤카홀라 숲으로 이주시켰다. 이후 굶주림과 질병, 폭행 등으로 사망자가 속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켄지와 교단 지도부는 테러와 급진화, 아동의 교육권 박탈 등 다른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살인 혐의에 대한 형량은 오는 11월 6일 선고될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