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하스피탈 인사이트]<4>AI 커넥터와 상호운용성

이기혁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이지케어텍 사업총괄 겸임)
이기혁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이지케어텍 사업총괄 겸임)

진료기록 요약, 검사 결과 분석, 임상 의사결정 지원 등을 수행하는 AI는 각각 필요한 데이터와 결과를 제공하는 방식이 다르다. 하나의 AI를 연결했더라도 다른 AI를 추가하거나 기존 AI를 교체하려면 그 차이에 맞춰 연동 작업을 해야 한다. 이러한 차이를 병원정보시스템(HIS) 내부에서 매번 직접 처리한다면 연결 대상이 늘어날수록 시스템은 복잡해진다.

AI 네이티브 HIS에 필요한 것은 AI 하나를 연결하는 능력을 넘어 다양한 AI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고 관리하며 교체할 수 있는 공통 연결 구조다.

◇AI 커넥터, 연결과 관리를 함께 맡는 통합 계층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를 HIS에 연결할 때는 연결 방법뿐 아니라 어떤 AI에 무엇을 허용할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사용을 제한할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통합 계층을 'AI 커넥터'(AI Connector)라고 부르고자 한다. 공식 표준이나 특정 제품의 이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HIS와 여러 AI 사이에서 연결과 접근 통제, 사용 이력과 운영 상태를 함께 관리하기 위해 제안하는 개념이다.

의료정보 분야에서 익숙한 HL7 인터페이스 엔진이나 미들웨어처럼 서로 다른 시스템 간의 차이를 중간에서 조정하는 접근이다. 여기에 AI가 사용할 수 있는 정보와 기능의 범위를 정하고, 그 활동을 추적하는 역할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 AI가 환자의 검사 결과를 분석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단순히 데이터를 보내고 답을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른 환자의 정보가 섞이지 않아야 하고 해당 AI에 허용된 정보만 전달해야 한다. 응답이 늦거나 돌아오지 않을 때도 처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결과가 도착하면 어떤 요청에 대한 답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기능을 AI마다 별도로 만들지 않고 공통으로 처리하자는 것이 AI 커넥터의 취지다.

◇상호운용성, 서로 다른 시스템이 같은 의미를 이해하게 하는 것

HIS와 AI를 연결했다고 해서 데이터를 같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HIS에 저장된 진단, 검사, 약제, 활력징후 등이 무엇을 뜻하는지 AI에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상호운용성의 핵심이다.

FHIR(Fast Healthcare Interoperability Resources)는 국제 의료정보 표준화 기구 HL7이 만든 의료정보 교환 표준이다. 환자, 검사, 약제 등의 정보를 일정한 구조의 '리소스'로 표현해 주고받도록 한다.

그러나 형식을 맞추는 것과 의미를 맞추는 것은 다르다. 같은 검사라도 병원마다 코드가 다르고 결과의 단위나 기록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면 이런 차이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데이터를 FHIR 형식으로 바꾸는 것에 더해 병원 내부 코드와 표현을 공통 기준에 대응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 핵심교류데이터(KR-CDI)와 FHIR KR 코어(Core)는 이 과정의 기준이 된다. KR-CDI가 교류에 필요한 핵심 정보 항목을 정리한다면 KR 코어는 이를 FHIR 기반으로 교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칙을 제공한다.

AI 커넥터가 HIS와 AI 사이의 연결과 운영을 관리한다면 의료정보 표준은 이들이 주고받는 데이터의 형식과 의미를 맞추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AI 커넥터를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HIS의 데이터도 이러한 표준에 맞게 정리해야 한다. 연결 구조와 데이터 표준화가 함께 갖춰져야 새로운 AI를 연결할 때마다 같은 데이터를 다시 해석하고 변환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MCP, AI가 데이터와 도구를 사용하는 공통 규칙

AI 에이전트가 필요한 정보와 도구를 직접 찾아 사용하기 시작하면 단순히 데이터를 보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가 HIS의 어떤 기능을 어떤 방식으로 호출할지에 대한 공통 규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환자의 최근 신장 기능과 현재 사용 중인 약제를 함께 검토하려면, AI 에이전트는 검사 결과와 약제 정보를 조회하고 필요하면 추가 정보를 요청해야 한다. 이런 기능을 AI마다 제각각 연결하지 않도록 하는 접근 가운데 하나가 MCP(Model Context Protocol)다.

MCP는 앤트로픽이 2024년 11월 공개한 개방형 연결 프로토콜이다. AI가 외부 데이터와 도구를 일정한 방식으로 찾아 활용하도록 한다. 의료정보 분야의 공식 표준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AI와 외부 시스템의 연결 문제를 풀기 위해 제안된 규격이다.

MCP를 의료 환경의 요구에 맞게 구현하는 것은 별도의 과제다. 최근 국가 의료 AI 과제들을 살펴보면 이 과제를 해결하려는 의미 있는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개별 AI마다 별도의 연결을 만드는 대신 재사용 가능한 공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MCP 기반의 연결 방식을 AI 커넥터의 핵심으로 구현하려는 시도가 커지고 있다.

[AI하스피탈 인사이트]<4>AI 커넥터와 상호운용성

◇MCP와 AI 커넥터는 어떤 관계일까

MCP가 AI와 외부 시스템을 연결할 때 사용하는 공통 규칙이라면 이 글에서 말하는 AI 커넥터는 그 규칙을 실제 HIS에 적용해 연결과 운영을 담당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MCP는 AI가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와 기능을 확인하고 이를 호출하는 방식을 제공한다. AI 커넥터는 이러한 요청을 실제 HIS의 데이터와 기능에 연결하고, 필요한 권한과 운영 기준을 적용한다.

앞서 신장 기능과 약제를 검토하는 예를 다시 생각해 보자. AI 커넥터를 통해 '최근 검사 결과 조회'와 '현재 약제 조회'라는 기능을 MCP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어떤 기능이 제공되는지 확인한 뒤 필요한 기능을 선택해 요청한다. AI 커넥터는 그 요청을 HIS의 해당 기능과 연결하고 결과를 다시 AI에 전달한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마련한 기능을 하나의 AI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료기록을 요약하는 AI도 검사 결과를 필요로 할 수 있고, 약제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AI도 같은 정보를 필요로 할 수 있다. 각 AI가 같은 연결 규칙을 사용할 수 있다면 AI가 추가될 때마다 동일한 조회 기능을 처음부터 다시 개발할 필요가 줄어든다.

기존 HIS의 API를 없애는 것도 아니다. 이미 HIS가 제공하는 데이터와 기능을 AI 커넥터에서 연결하고, AI에는 MCP라는 공통 규칙에 따라 제공하는 접근이다. HIS 내부의 구현 방식과 AI가 기능을 사용하는 방식을 분리함으로써, AI가 바뀔 때마다 HIS 자체를 다시 수정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FHIR와 MCP는 서로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 FHIR가 의료정보를 어떤 구조로 표현하고 교환할지 다룬다면 MCP는 AI가 데이터와 도구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하고 호출할지 다룬다. AI 커넥터는 이들을 활용해 HIS와 AI의 연결을 실제로 구현하고 관리하는 통합 계층이다.

◇연결 이후의 통제도 AI 커넥터의 역할이다

MCP를 적용했다고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 통제와 안전한 운영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호출 방법을 통일하는 것과 어떤 환자의 정보를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AI Connector커넥터는 허용된 AI에 필요한 정보와 기능만 제공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검사 결과를 조회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환자의 정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정보를 읽는 권한이 곧 기록을 변경할 권한을 뜻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경계는 기존 HIS의 권한 체계와 연계해 관리해야 한다.

AI의 사용 이력을 추적하는 기능도 같은 구조 안에 포함해야 한다. 어떤 AI와 모델 버전이 사용됐는지, 어떤 정보에 접근해 결과를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정 모델에서 오류가 반복된다면 해당 AI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감사와 통합 관제(Audit & Monitoring)는 별도로 덧붙이는 부가 기능이 아니라 이 글에서 정의하는 AI 커넥터의 운영 기능이다. 연결은 가능하지만 누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거나 문제가 생겨도 통제할 수 없다면,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할 연결 구조라고 보기 어렵다.

AI를 잘 연결하는 시스템은 AI를 잘 바꿀 수 있다

특정 AI의 데이터 형식과 호출 방식이 HIS 내부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면 교체할 때마다 HIS를 다시 수정해야 한다. 반대로 AI별 연동 방식의 차이를 AI 커넥터에서 처리하도록 설계하면, 교체에 따른 변경 범위를 해당 AI의 연동 부분으로 줄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AI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필요한 AI를 받아들이고 그 활동을 관리하며 더 나은 AI로 교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이기혁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이지케어텍 사업총괄 겸임 strategy@ezcare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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