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ENA를 채널을 보유한 콘텐츠 지식재산(IP) 사업자로 탈바꿈시킬 것입니다. 인공지능(AI)을 콘텐츠 사업 전반에 도입해 혁신하고, 콘텐츠 IP를 오프라인 행사, 커머스 등으로 확장해 2·3차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
김호상 KT ENA 대표는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IP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과 AI 기반 혁신을 제시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등으로 시청자가 분산되고 광고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광고·수신료 중심의 수익모델로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30여년을 보낸 방송 전문가다. 2023년 KT ENA 대표 취임 후 드라마와 예능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디지털 플랫폼과의 협업을 확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ENA 채널의 수도권 2049 시청률 기준 채널 순위는 2023년 14위에서 올해 7위로 상승했다.
최근에는 AI를 콘텐츠 제작과 기획·편성·광고 등 사업 전반에 도입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시청률 예측 시스템도 실제 성과와 비교했을 때 86%의 예측 성공률을 보였다. 김 대표는 내년 신사업의핵심 방향으로 '커머스·디지털·AI·글로벌'을 꼽았다.
대담=박지성 전자신문 통신미디어부장
-30년 가까이 제작 현장에 몸담았다. 최근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OTT와 유튜브, 숏폼에 이어 AI가 등장하면서 제작 환경과 시청자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TV 시청자들이 모바일로 이동하고 OTT에서 콘텐츠를 몰아보는 현상이 일상화됐다. 특히 AI는 콘텐츠를 더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중국에서는 AI를 활용해 롱폼 드라마까지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조만간 AI 드라마와 예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콘텐츠 제작 혁신을 이뤄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ENA의 채널도 빠르게 성장해왔다. 2023년 취임 이후 변화를 설명한다면.
▲ENA 채널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졌다. 취임 당시 수도권 2049 기준 채널 순위가 14위였는데 올해는 7위까지 올라왔다. 시청자들이 특정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기다리는 채널이 됐다는 의미다.
드라마와 예능이 함께 성장한 결과다. 드라마는 월화드라마를 통해 ENA의 브랜드가 각인됐다. '착한 여자 부세미', '신병' 시리즈, '아너', '클라이맥스', '허수아비' 등의 다양한 작품이 사랑받았다. 예능은 '나는 SOLO'와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가 수요일과 목요일 편성의 중심을 잡아줬다.
-콘텐츠 제작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투자와 수익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아야 할까.
▲이전에는 시청률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선택했다면 지금은 기획 단계부터 투자수익률(ROI)을 검토한다. 제작비를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추가 유통과 부가사업이 가능한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제작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동제작을 확대하고 가성비 높은 콘텐츠도 발굴하고 있다.
커머스 예능과 같은새로운 형식에도 도전하고 있다. 무조건 제작비를 늘리거나 줄이는 것보다 투자한 콘텐츠가 얼마나 다양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나는 SOLO'는 오프라인 행사로 '솔로런'을 개최한 것 등이 그 예시다.
-IP를 확보하고 확장하는 게 중요해졌다. ENA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과거 30년은 TV 시청률을 확보하고 광고 수익을 얻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이제는 다양한 플랫폼이 공존하면서 시청자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광고 시장도 매년 10% 안팎으로 위축되고 있다. 콘텐츠를 단순히 방송하고 광고를 판매하는 방식으로는 제작비를 회수하기 어려워졌다.
반면 콘텐츠 IP의 활용 기간은 오히려 길어지고 있다. 본방송이 끝나더라도 클립이나 스핀오프 콘텐츠를 제작하고 오프라인 행사로 확장할 수 있다. 좋은 IP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소비되며 지속적으로 수익을 만드는 시대다. ENA도 채널을 보유한 IP 사업자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ENA는 다른 채널보다 개방적인 협업 구조를 가진 점도 IP를 확보하고 다양하게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모은 '풍향고2'를 TV에 편성하고, 구독자 130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쯔양과 '쯔양몇끼'를 선보였다. '지구마불 세계여행'도 유튜버들이 방송으로 진출한 사례다.
IP를 반드시 ENA가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튜버가 IP를 보유하더라도 방송은 ENA가 담당할수 있다. 다른 미디어와의 협업을 통해 시청자를 확보하고 함께 성장하는 모델이다. 앞으로도 플랫폼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시도로 IP의 수명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AI가 콘텐츠 생태계 전반을 바꾸고 있다. ENA도 어떤 방법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나.
▲AI는 단순한 제작 도구를 넘어 회사 운영 전반을 바꾸고 있다. ENA는 'AI-NA'라는 도구를 개발해 방송 콘텐츠를 숏폼으로 자동 편집하고 있다. AI가 영상에서 필요한 클립을 추출하고 자막까지 생성한다. 방송을 보지 못했거나 하이라이트만 원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숏폼으로 주요 장면을 공급하는 게 중요한데 AI를 활용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클립 생성이 가능해졌다.
편성과 광고 부문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콘텐츠는 투자 규모가 크지만 경영자의 직감에만 의존해서는 성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경험을 중시했다면 이제는 데이터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ENA는 프로그램의 예상 시청률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방영할 작품을 선정할 때 참고하고 있으며, 실제 방영 성과와 비교한 예측 성공률은 86% 수준이다. 다만 AI가 최종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제작진의 경험과 여러 사람의 판단을 보완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사내 업무에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직원들이 직접 업무용 AI 에이전트를 만들었다. 사규를 학습한 챗봇 등 각 부서가 업무상 불편한 부분을 찾아 AI로 해결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생성형 AI가 방송의 제작 생태계를 바꿀 수 있다고 보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AI를 활용하면 막대한 비용이 들었던 장면을 훨씬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역사 콘텐츠의 전쟁 장면을 AI로 재현하는 게 대표적이다. 드라마 전체를 AI로 제작한다면 기존 제작비의 10분의 1 수준까지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ENA는 다큐멘터리와 역사 토크쇼, 예능 등에 AI를 적용해왔다.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AI 가수를 실제 무대와 결합해 선보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앞으로는 AI 캐릭터가 롱폼 드라마나 예능에 등장하는 형태로도 발전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한계도 분명하다. 사람의 희로애락을 섬세하게 표현하기엔 부족하고 코미디처럼 미묘한 감정과 타이밍이 중요한 장면은 완성도가 부족하다. 실제 배우와 같은 자연스러운 감정을 구현하기에는 기술적 과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AI가 창작자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제작의 가능성을 넓히고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KT그룹 미디어 생태계에서 ENA의 역할과 향후 성장 전략은.
▲KT그룹이 콘텐츠 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한 지 5년이 지났다. ENA의 드라마와 예능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그룹 차원의 투자와 협업이 맺은 결과다. ENA는 KT, KT스튜디오지니와 함께 콘텐츠를 검토하는 협의체를 운영하며 기획 단계부터 경쟁력 있는 작품을 선별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존 드라마와 예능 사업을 넘어 커머스·디지털·AI·글로벌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광고와 수신료 의존도를 낮추고 IP를 활용한 2·3차 수익을 확대하는 구조로 전환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단순한 방송채널이 아니라 콘텐츠 IP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다만 기술과 사업모델이 달라지더라도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게 기본이라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시청자가 특정 프로그램을 넘어 ENA라는 채널 자체를 믿고 선택하도록 만들겠다.

○김호상 KT ENA 대표는…
1969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KBS에 입사해 30년간 예능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체험 삶의 현장', '비타민', '청춘불패', '뮤직뱅크' 등 주요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했으며, 2020년 화제를 모은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공연의 책임 프로듀서를 맡았다. KBS 예능센터장과 울산방송국장을 거쳐 2023년 12월 스카이라이프TV(현 KT ENA)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취임 이후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디지털 플랫폼 협업 확대를 추진하며 ENA 채널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