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치안 역량과 정보통신기술(ICT)을 보유한 국가다.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경찰의 현장 경험에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사이버보안 등 첨단기술이 결합하면서 우리의 치안 역량은 국민안전을 넘어 새로운 가치와 국가 경쟁력을 창출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치안은 단순히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라는 인식을 넘어, 첨단기술과 산업이 융합된 미래 성장의 핵심이다.
국내 치안산업의 규모는 2025년 12월 경찰청에서 발표한 '치안산업실태조사 통계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매출액 39조원, 기업수 15만개, 종사자 57만명이며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산업 규모와 세계시장을 향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치안산업 육성에는 다양한 제약사항이 있다. 이를 얼마나 해결해 나가느냐 하는 것은 치안산업의 미래에 매우 중대한 일이다.

치안산업의 환경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AI의 등장에 따른 각종 범죄, 사이버공격, 디지털 금융범죄 등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매우 빠른 속도로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정보보안에 우려할 만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범죄자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며, 물리적 공간과 가상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사건과 사고를 만들고 있다. 이에 경찰관 개인의 역량이나 장비의 추가 도입만으로는 치안의 한계가 있으며, 현장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가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생각되며, AI를 활용한 범죄예측과 데이터 분석, 지능형 CCTV, 자율주행 순찰로봇, 드론, 사이버보안 기술은 국민의 안전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치안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기술을 기업이 개발하고, 이를 현장에서 검증해 사업화한다면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기술을 개발해도 수요처를 찾기 어렵고, 현장 실증과 품질 검증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우며, 공공조달과 해외 진출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기술은 사업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안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기반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는 치안산업의 연구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표준화 및 해외 진출 지원, 협회 설립 등을 제도화하기 위한 '치안산업진흥법안'이 발의돼 있다. 치안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법안의 조속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이 법은 단순히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법률이 아니라, 공공의 치안 수요와 민간의 기술혁신을 연결하고, 연구개발에서 실증, 사업화, 세계시장 진출로 이어지는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치안산업진흥협회의 출범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협회는 2026년 9월 창립총회를 통해 공식 출범했으며, 지난 21일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일을 맞아 법인이 설립돼, 제1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는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력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개별 기업의 기술개발과 단편적인 지원사업을 넘어, 산업 차원의 협력으로 나가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향후 협회는 단순한 회원사 교류를 넘어 치안산업의 공동 발전을 이끄는 실질적인 산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며, 정부와 국회에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기업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며, 대학과 연구기관에는 기술과 연구성과가 실제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협력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치안산업의 미래를 위한 한국치안산업진흥협회의 역할은 첫째, 협회는 치안산업의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중장기 발전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산업의 범위와 규모, 기업의 기술 수준, 시장 수요, 인력 현황 등을 분석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하며, 이에 기반한 정책 제안은 정부의 지원을 실효성 있게 만들고 산업계의 투자 방향을 구체화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둘째, 기술개발과 현장 실증, 사업화로 연결되는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경찰과 공공기관의 실제 수요에 연결하고, 실증을 통해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며, 검증된 기술이 공공조달과 민간시장으로 확산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과 판로가 부족한 벤처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의 역량을 결집하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대학은 원천기술과 전문인력을 제공하고, 연구기관은 기술의 신뢰성과 성능을 검증하며, 기업은 이를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경찰과 공공기관의 현장 이슈와 요구사항을 파악하여 협회가 이들 주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개별적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고 기술혁신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치안산업의 국제 협력과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국내 치안 현장에서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한 기술은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해외 진출에는 현지 규제와 인증, 조달체계, 유지관리, 현지 파트너 확보 등 어려움이 존재할 수 있다. 협회는 해외 치안기관 및 관련 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제 전시회와 실증사업, 기술교류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기반을 확대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국내 치안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첨단기술만이 아니라, 정보통신 인프라와 제조 역량, 디지털 서비스 경쟁력, 실제 치안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치안장비의 수출을 넘어 통합 관제 시스템, 디지털 수사 기술, AI기반의 솔루션, 유지관리 서비스까지 수출 모델을 확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에서 검증하며, 국제표준과 인증에 대응하고, 해외 수요에 맞게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 지원, 기업의 투자와 혁신, 대학의 연구역량, 협회의 산업 네트워크가 함께 작동할 때 치안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 치안산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개발된 기술의 수나 지원사업의 규모를 넘어 실제 현장 적용률, 기업의 매출과 수출, 중소기업의 매출 성장, 전문인력의 양성, 국민안전에 대한 기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산업의 외형적 확대와 공공적 가치가 함께 성장할 때 치안산업은 국가가 지속적으로 육성할 가치가 있는 분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치안산업의 미래는 '경찰이 사용하는 장비를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첨단기술을 통해 얼마나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과 경험을 어떻게 산업적 가치로 발전시키며, 나아가 세계시장에 확산하느냐가 핵심이다. 정부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회는 필요한 입법을 진전시키며, 기업은 혁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전문성과 연구역량을 제공하고, 기관은 기술의 실효성을 검증해야 하며, 한국치안산업진흥협회는 이 모든 주체를 연결하는 중심축으로서 산업의 공동 과제를 발굴하고 실행 가능한 협력사업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치안산업의 미래를 위한 질문은 “어떤 산업을 지원할 것인가”에서 끝나지 않고, “그 지원이 국민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가 중요하다. 안전을 지키는 기술이 산업을 성장시키고, 성장한 산업이 다시 국민의 안전을 높이는 선순환.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치안산업의 미래다.
“길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박광영 숭실대 교수 1004pky@ssu.ac.kr
![[ET시론]치안산업의 미래, 한국치안산업진흥협회와 함께 세계시장으로](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10/23/news-p.v1.20261023.5247a103379f498d8ca619c6e8c0c0f7_P3.jpg)
〈필자〉 숭실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이자 AI융합연구원 지역지능화사업단 산학부단장, 지역인재양성협의체 부위원장이며, 한국치안산업진흥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중소기업혁신연구원 부원장, 국회 지역소중포럼 산업정책분과위원, 행정안전부 자문위원, 국립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자문위원, 구로구 4차산업혁명 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첨단안전산업협회 부회장, 한국IT전문가협회 부회장, 경찰청 치안산업진흥협의회 위원, 서울시, 서초구 스마트도시 자문위원, 한국재난안전산업협회 이사, 한국정보처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