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완전표시제 두 달 앞인데…식용유·물엿 업계 준비 '깜깜'

고시·구분관리 가이드도 미확정…내달 3~4일 품목별 회의
업계 “Non-GMO 원료 수급 제한적…대두박 가격 부담도”

정부가 당류·식용유지류 유전자변형식품(GMO) 국내 완전표시제를 올해 말로 1년 앞당기겠다고 행정예고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확정 고시를 내놓지 않고 있다. GMO와 Non-GMO 원료를 나눠 관리하는 구분관리 가이드도 아직 확정되지 않아, 원료 조달과 포장재 교체에 수개월이 걸리는 식품업계의 준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GMO 완전표시제 대응을 위한 식품 제조 현장의 포장 표시 점검을 표현한 생성형AI 제작 이미지.
GMO 완전표시제 대응을 위한 식품 제조 현장의 포장 표시 점검을 표현한 생성형AI 제작 이미지.

26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 달 3일 간장, 4일 당류·식용유지류 업계와 구분관리 생산 가이드 마련을 위한 품목별 회의를 연다. 완전표시제가 시행되면 기업은 GMO와 Non-GMO 원료를 구분해 보관·제조하고 이를 서류로 입증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관리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GMO 완전표시제는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더라도 GMO 원료를 사용했다면 이를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간장과 물엿·올리고당 등 당류, 대두유 등 식용유지류가 대상이다. 식약처는 지난 7월 고시에서 간장은 올해 말, 원료 수급 준비가 필요한 당류·식용유지류는 내년 말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연말 동시 시행을 지시하자, 식약처는 8월 5일 당류·식용유지류 시행일을 올해 12월 31일로 1년 앞당기는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같은 달 25일 의견수렴을 마쳤지만 확정 고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업계는 연말 시행을 전제로 준비하면서도 최종 기준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원료 수급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원료를 수급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보니 원하는 만큼 원료를 수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Non-GMO 원료는 통상 파종 전에 산지와 계약재배로 확보하는 만큼 시행에 맞춰 곧바로 물량을 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포장재 교체와 재고 처리도 부담이다. 표시 문구·디자인 수정과 인쇄판 제작에 비용이 들고, 기존 포장재 사용을 허용하는 경과조치에 따라 재고 소진 일정과 폐기·교체 비용도 달라질 수 있다.

비용 부담은 사료 시장으로도 번질 수 있다. 식용유지 업계는 대두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대두박을 사료 업계에 납품하는데, 원료를 Non-GMO로 바꾸면 대두박 가격도 오른다. 협회 관계자는 “사료업계에서도 올라간 가격을 수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수용을 못하게 되면 그 가격 차는 고스란히 원료 업계가 떠안아야 될 거고, 소비자 가격에도 일부 반영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이재관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GMO 대두는 CJ제일제당과 사조대림이, GMO 옥수수는 대상이 가장 많이 수입해 이들 기업의 표시 변경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도 준비기간 단축에 따른 업계 부담이 지적됐다.

GMO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도 기업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식약처의 2024년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GMO가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은 36%로, 안전하다는 응답(12%)의 세 배에 달했다.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려는 표시 확대가 기업에는 Non-GMO 전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성 심사를 통과한 원료에 GMO 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효과보다 과학적 근거 없이 특정 식품을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낙인효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법제처 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고시 개정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11월 규제심사를 거쳐 연말 시행일 전에 고시를 개정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분관리 가이드라인은 11월 3~4일 간담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11월 말경 권역별 설명회를 열 때 최종본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소진 기자 so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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