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자인 경쟁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할 때

특허청이 2025년 발표한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전체 조정 신청 767건 중 상표·디자인 관련 신청은 491건으로 약 64%를 차지했다. 상표·디자인 관련 신청은 2022년 48건에서 2024년 104건으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가전업계에서도 음식물처리기, 얼음정수기, 공기청정기, 안마의자 등 제품 외관을 둘러싼 소송이 늘고 있다. 닐슨아이큐(NIQ)의 2026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가 제품의 디자인과 외관이 테크·가전 제품의 최종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디자인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인 만큼, 기업이 개발한 디자인을 자산으로 보호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디자인에 관심이 모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제품과 비슷한 형태가 반복되면, 기업마다의 차별성이 흐려지고 소비자의 선택 폭도 좁아질 수 있다. 유행을 참고하더라도 다른 기업의 디자인권을 존중하며 독자적인 형태와 사용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미닉스는 독자적인 음식물처리기 디자인을 지키기 위해 타 업체의 등록디자인 무효를 다퉜다. 상대 업체의 해당 등록디자인에 대한 무효 판단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1년 9개월이 걸렸고, 디자인권 침해 여부와 손해배상 책임을 다투는 민사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나세훈 앳홈 CDO
나세훈 앳홈 CDO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기업 입장에서 1년 9개월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동안 소비자는 유사한 제품 사이에서 구매를 고민하고, 시장의 유행도 바뀐다. 기업은 새로운 제품 개발과 사업 운영을 이어가면서 법적 대응도 함께 감당해야 한다. 소송 비용뿐 아니라 자료를 준비하고 절차에 대응하는 구성원의 시간도 들어간다.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에는 이러한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온다. 개발 과정의 시행착오에 더해 권리 보호에도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면 다음 제품에 투자할 여력은 줄어들 수 있다. 소송을 감당할 능력에 따라 개발 성과를 보호받을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면, 디자인에 대한 기업의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 디자인 보호는 개별 기업의 권리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개발 투자와도 연결된 문제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업계가 먼저 지켜야 할 원칙은 타인의 디자인을 존중하는 것이다. 신제품을 기획할 때부터 기존 제품과 등록디자인을 살피고, 고객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지 고민해야 한다. 외관의 일부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의 불편이나 공간의 제약을 해결하는 독자적인 디자인을 개발해야 한다.

기업 내부에서는 개발 과정과 권리 관리를 함께 챙겨야 한다. 초기 시안과 수정 이력을 남기고, 제품 공개와 디자인 출원 시점을 검토해야 한다.


기업들이 저마다 다른 디자인과 사용 경험으로 경쟁할 때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어진다. 독자적인 개발에 들인 노력을 존중하고, 직접 만든 제품의 가치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 가전업계가 지켜야 할 공정한 경쟁의 원칙이다.

나세훈 앳홈 C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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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세훈 앳홈 CDO na_sh@athome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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