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사업자가 문을 닫았다고 해서 이용자가 맡긴 코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재단에 넘어온 코인(자산)은 직접 조회하고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잊고 있던 자산을 찾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합니다.”
김재진 디지털자산보호재단 이사장이 재단 출범 2년을 맞아 이용자 자산 반환 확대와 보호 영역 확장에 나선다. 지난 2년간 영업을 종료한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이용자 자산을 이전받아 안전하게 보관·관리하고 반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면, 이제는 실제 이용자가 자산을 확인하고 찾아갈 수 있도록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재단은 현재 7개 영업종료사업자에게 이전받은 약 420종의 가상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11개 사업자로부터 넘겨받은 원화예치금도 보관 중이다. 올해까지 약 120만개의 가상자산을 원권리자에게 돌려줬다. 그러나 자산이 재단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반환을 신청하지 않는 이용자가 적지 않다. 재단은 '숨은 자산 찾기' 캠페인을 통해 과거 거래소에 남겨둔 자산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도록 적극 알릴 방침이다.
김 이사장은 재단을 단순히 폐업 거래소의 잔여 자산을 보관하는 기관이 아니라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이용자 보호의 빈틈을 찾아 메우는 '안전망'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사업자가 영업을 완전히 종료한 이후가 아니라 종료를 준비하는 단계부터 이용자 자산과 데이터베이스(DB)를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담=길재식 전자신문 디지털금융부 부국장

-디지털자산보호재단은 어떤 역할을 하는 기관인가.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이용자의 자산과 권리를 보호하는 안전망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영업을 종료했거나 종료를 앞둔 가상자산사업자로부터 이용자 자산을 이전받아 안전하게 보관하고 원권리자에게 돌려드리는 것이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정상적으로 영업할 때는 자체 인력과 시스템으로 이용자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영업을 중단하거나 종료하면 조직과 인력이 축소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서버와 지갑을 관리하거나 이용자 자산을 반환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용자 보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재단이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역할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10월 1일부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가상자산 피해환급 제도가 시행되면서 재단이 피해환급 가상자산 매도지원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결국 재단의 역할은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이용자의 자산이 보호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필요한 안전망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단이 출범한 지 2년이 됐다. 지금까지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가장 의미 있게 보는 것은 보호 사각지대에 있던 이용자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현재 재단 홈페이지에서는 7개 영업종료사업자로부터 이전받은 가상자산 약 420종을 조회할 수 있다. 11개 사업자로부터 이전받은 원화예치금도 관리하고 있다. 사업자로부터 받은 계정정보와 이용자 식별정보, 자산정보를 서로 매칭해 원권리자를 확인한 뒤 반환하고 있다. 올해까지 약 120만개의 가상자산을 원권리자께 돌려드렸다.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이용자가 “내 자산이 여기에 있었군요”라고 연락을 주실 때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산이 재단에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분들이 있다. 반환까지 신청하는 분도 있고, 일단 내 자산이 잘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됐다고 하는 분도 있다.
-앞으로는 실제 반환을 늘리는 데도 힘을 쏟겠다고 했다.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은 재단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자산이 재단에 안전하게 보관돼 있더라도 이용자가 그 사실을 모르면 반환으로 이어질 수 없다.
지난 1년 동안은 유실될 수 있는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체계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앞으로는 이용자가 자신의 자산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실제 반환 신청까지 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다. 현재 자산을 조회하신 분들에 비해 실제 반환을 신청하는 분들의 숫자는 아직 많지 않다.
과거 거래소를 이용한 지 오래돼 계정이나 자산 자체를 잊은 경우도 있고, 자신이 이용했던 거래소가 이미 영업을 종료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일단 재단 홈페이지에 와서 본인의 자산이 있는지 한번 조회해보시라고 적극적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숨은 자산 찾기' 캠페인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은 것은 사업자가 문을 닫았다고 해서 이용자의 자산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재단이라는 곳이 있고, 사업자로부터 이전받은 자산이라면 홈페이지에서 직접 조회해볼 수 있다. 본인의 자산이 확인되면 반환 신청도 가능하다. 그 사실을 더 많은 분에게 알리는 것이 캠페인의 가장 큰 목적이다.
'코린이와 함께 하는 숨은 자산 찾기' 같은 홍보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거래소를 이용한 지 오래돼 자산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분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 과거 이용했던 거래소의 자산을 한번 확인해보도록 접점을 넓히려 한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가상자산도 보호하고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 코인이라고 해서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가벼운 것이 아니다. 이용자에게는 자신의 소중한 재산이다.

-10월 1일부터 보이스피싱 피해 가상자산의 매도지원 업무도 맡았다. 어떤 역할인가.
▲이번 제도 시행으로 가상자산사업자도 통신사기 피해환급 체계 안에서 역할을 하게 됐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께 돌려드려야 하는 피해자산이 가상자산이라면 원칙적으로 가상자산으로 반환할 수 있다.
피해자가 가상자산이 아니라 금전으로 돌려받기를 원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해당 가상자산을 누군가 매각해 현금으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거래소가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여러 제도적 문제가 있다. 이런 경우 재단이 매도지원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정됐다.
거래소로부터 피해환급 대상으로 확정된 가상자산의 매도를 요청받으면 재단이 이를 매도하고 매각대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절차다. 올해는 이 업무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거래소와 협력해 매도 요청부터 자산 이전, 매도, 피해자에 대한 금전 지급까지 각 단계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다.
-결국 재단의 업무 영역이 폐업 거래소를 넘어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업무를 크게 확장해야겠다고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 디지털자산 이용자 보호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관이 많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역할이 넓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번 보이스피싱 피해환급 업무도 마찬가지다. 이용자 보호가 필요한데 공백이 있는 영역이 있다면 재단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있다. 앞으로도 그런 사각지대가 발견된다면 안전망이나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해킹이나 전산장애, 사업자 파산 같은 상황까지 역할을 확대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각각 피해 원인과 사업자 책임, 보상 범위, 자산 소유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법률적 근거와 역할 기준을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전문적인 디지털자산 이용자 보호 인프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업무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제도적 한계는 무엇인가.
▲재단의 업무가 아직 상당 부분 사업자와의 자율적인 협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영업종료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 자산과 정보를 재단으로 이전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 사업자가 이전을 거부해도 직접 명령할 권한이 없다. 실제 보유해야 할 자산보다 보유 수량이 부족한 경우에도 재단이 부족분을 채우도록 강제할 수 없다.
실제로 특정 사업자의 경우 DB상 이용자에게 있어야 할 자산은 일정 규모인데 실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그보다 부족한 사례도 있었다. 재단 입장에서는 이전받지 못한 자산을 이용자에게 돌려드릴 방법이 없다.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 때문이라면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지도 현재는 명확하지 않다.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나.
▲가상자산사업자가 영업을 종료할 때 따라야 할 전체적인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상적으로 영업하던 사업자가 영업을 중단하거나 종료하려고 할 때 언제 어느 기관에 신고해야 하는지, 이용자 자산은 언제까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언제 재단과 협의를 시작하고 어느 시점에 자산을 이전할 것인지가 명확하게 정리돼야 한다.
특히 사업자가 완전히 영업을 종료한 뒤에 재단이 들어가는 것보다 종료를 준비하는 단계부터 이용자 보호조치를 시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영업을 완전히 종료한 뒤에는 담당 직원이 퇴사할 수도 있고 시스템이나 지갑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DB와 실제 자산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사업자가 금융당국에 영업종료 의사를 밝히거나 신규 가입과 거래를 중단하는 등 사실상 종료 절차에 들어가는 시점부터 이용자 자산 현황을 점검하고 반환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단계에서 재단이 자산과 DB의 정합성을 확인하고 직접 반환할 자산과 재단에 이전할 자산을 구분하는 과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면 이용자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법조계에서 일하다 디지털자산 산업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다.
▲법조 생활을 하면서 여러 기업과 산업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런데 10여년 전만 해도 청년 IT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던 기업들이 불과 13~15년 사이 수조원의 자산을 다루고 수천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는 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봤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큰 매력을 느꼈다.
앞으로 제 인생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하게 성장하는 산업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스타트업이나 IT기업이 차세대 산업을 이끄는 시대에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돼 있던 이 산업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
새롭게 꿈틀거리는 산업의 성장 과정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과정부터 이용자보호법 제정까지 법제화 과정에도 계속 참여했고, 지금도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다.
-재단을 어떤 기관으로 만들어가고 싶은가.
▲이용자 자산을 다루는 기관이라면 무엇보다 투명하고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단에 이전된 자산이라면 안전하게 보관돼 있고, 이용자가 언제든지 확인하고 찾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금액이 크든 작든 모두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자산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에는 불공정거래를 막는 장치도 필요하지만 사업자가 영업을 종료한 이후에도 내 자산을 지켜주는 안전망이 있다는 믿음 역시 중요하다. 디지털자산 이용자에게 시장에 대한 또 하나의 신뢰를 줄 수 있는 기관을 만들고 싶다.

○김재진 디지털자산보호재단 이사장은…
김재진 이사장은 사법연수원 36기로 2007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별위원회 위원, 글로벌금융학회 기획이사, 한국블록체인협회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2023년 1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상임부회장에 선임돼 가상자산업계 자율규제와 이용자 보호, 제도 정비 업무를 수행했다. 2024년 9월 디지털자산보호재단 이사장으로 영업종료 가상자산사업자의 이용자 자산 이전·보관·반환 체계 구축을 추진해 왔다. 재단은 DAXA의 출연을 바탕으로 금융위원회의 설립 허가를 받아 출범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