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인의 식탁에 한국 식품이 오르는 일은 우리 기업의 기술과 품질, 식문화가 함께 평가받는 과정이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인 구매와 수출로 연결하려면 맛의 매력에 더해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신뢰, 시장별 요구에 대응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제 K-푸드 세계화의 다음 단계를 과학기술로 준비해야 할 때다.
한국식품연구원 원장 취임 2주년을 맞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연구와 산업, 국내와 세계시장을 잇는 연결을 강화하는 것이 출연연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연구의 가치는 국가적 임무에 부합하는 도전적 연구에서 시작되고, 그 성과가 기업의 제품이 되고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때 더욱 커진다.
그 하나는 표준화다. 식품은 원료와 제조환경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 어느 생산시설에서 만들고 어느 시장에 공급하더라도 일관된 품질을 구현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표준은 우리 식품의 우수성을 세계와 공유하는 공통언어이자 기업이 시장의 신뢰를 쌓는 토대다.
식품연은 국가표준과 전통식품 규격의 제·개정, CODEX 국제표준 및 가이드라인 개발, 원료·공정과 유통 품질의 표준화를 수행해 인삼제품, 고추장, '김치 캐비지(Kimchi cabbage)'의 세계규격 등록에 기여한 바 있다. 현재 아시아 지역 규격으로 등록된 김 제품의 세계 규격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표준을 활용하는 역량과 함께 표준 형성에 참여하는 역량을 키우고, 우리 기술과 제품의 특성이 국제적인 논의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연구성과를 기업에 전달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기술의 가능성을 알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기업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함께 찾아야 한다. 특히 연구개발(R&D)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중소기업도 세계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R&D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식품연에서는 이를 위해 연구자가 직접 또는 기업과 공동으로 산업 현장의 애로기술을 해결하고 미래혁신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주기적으로 기술설명회를 개최하고 기업 맞춤형 기술상담을 진행해 기술이전과 공동연구의 접점을 넓히고 사업화에 필요한 지원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10월 개최한 유망기술 설명회에서는 7개 분야 연구자들이 기업 맞춤형 기술상담을 진행해 많은 기업들이 참여했다. 설명회 성과는 이후 협력에서 완성된다. 기업마다 필요한 기술의 수준과 제품 개발 여건이 다른 만큼, 상담에서 확인한 수요를 후속 연구와 기술지원으로 연결해야 한다.
수출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는 현지 식문화와 인증체계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다. 할랄시장 진출은 그 대표 사례다. 원료의 기원과 제조공정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줄이려면 신뢰할 수 있는 시험·분석과 정확한 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식품연은 올해 K-푸드수출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수출 지원 기반을 강화했다. 또한 DNA 분석을 활용한 포유류·조류 유래 성분 검출 시험법에 대해 KOLAS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정을 획득했다. 이는 할랄 적합성 검증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기반이다. 시험·분석 역량을 고도화하고 인증 관련 정보 제공·상담과 기술지원을 연계해 기업의 해외시장 진입을 도울 수 있다.
K-푸드 세계화의 지속 가능성은 더 많은 한국 식품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표준화로 신뢰를 쌓고, 기술사업화로 제품의 가치를 높이며, 인증 지원과 민간 협력으로 시장 진출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
취임 2주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수출의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식품연의 역량을 모아 우리 기업이 과학기술을 발판으로 세계에 도전하는 데 기여하겠다.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원장 pr@kf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