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사업 모델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전통적 메모리의 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를 넘어 반도체 고객사와 메모리를 함께 설계·개발하는 협업으로 '다품종 대량 생산'을 실현, AI 시장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대표되는 AI 메모리의 구조·성능 혁신이 이 같은 변화를 앞당길 것으로 관측된다.
김경륜 삼성전자 DS부문 D램 개발실 상무는 28일 전자신문 주최로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테크서밋 2026'에서 '차세대 AI 메모리의 진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HBM 기술과 시장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지금까지 메모리는 범용 제품(Commodity)으로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주문이 들어오면 파는 구조였다”며 “현재 HBM은 고객 맞춤형 제품이지만 앞으로는 이를 넘어 '공동 설계(Co-design)'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D램은 표준 규격에 맞춰 반도체 제조사가 대량 생산해왔다. 최근 AI 메모리로 꼽히는 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반도체 기업(고객)마다 요구하는 성능에 맞춰 개발하는 추세다. 김 상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AI 메모리 기획부터 고객이 참여, 공동 설계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AI 요구사항을 맞추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상무는 “고객별로 GPU가 천차만별이며 구조도 모두 다르다”며 “획일화된 제품(HBM)으로는 여러 고객사의 AI 반도체와 결합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zHBM'을 준비하는 것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zHBM은 GPU 위에 HBM을 수직 적층한 3차원(3D) 구조로 성능과 전력 효율을 끌어올린 차세대 HBM이다. 지금까지 GPU 옆에 HBM을 놓는 2.5D 구조와 차별화했다. 2029년 이후 상용화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zHBM이 2028년 출시 예정인 HBM5보다 성능은 최대 8배, 전력 효율은 3배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는 단수 조정과 금속층 최적화로 열 제어 성능도 높일 예정이다.
김 상무는 “zHBM 시대에서는 반도체 설계 방식과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며 “메모리만 잘해서는 어렵고, 파운드리(위탁생산)와 로직 등 종합적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다른 메모리 회사 대비 경쟁 우위에 있는 부분이라고 김 상무는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와 로직 설계(시스템LSI)를 모두 수행할 수 있어서다. 최근 삼성전자가 고객 맞춤형 HBM 설계, 고객 AI 반도체 위탁생산,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상무는 “메모리 다품종 대량생산 시대에 대응해 효율적으로 여러 종류의 메모리를 개발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며 “차세대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