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를 넘어 상장 이후 벤처기업의 초고속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벤처정책을 확장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 구상이 제시됐다.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벤처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성장사다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봉덕 중소벤처기업부 벤처정책관은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6 스케일업팁스 정책포럼' 기조강연에서 “창업에서 스케일업을 거쳐 IPO까지 가는 것도 큰 성과지만, 최근 자본시장 제도 변화의 속도를 고려하면 IPO 이후 하이퍼 스케일업(초고속 성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정책관은 “미국은 상장 이후에도 기업들이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하다”며 “벤처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IPO 자체가 아니라 상장 이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데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에서 벤처 이력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9%에 달한다. 코스닥 상장사 1819개사 가운데 약 76%인 1380개사가 벤처기업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 중에도 벤처 이력 기업이 95개사에 달하며, 이 중 30개사는 코스닥에서 이전 상장했다.
특히 코스닥과 코스피에 상장한 벤처 이력 기업 1475개사 가운데 503개사(34%)가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정책관은 “코스닥의 경쟁력이 곧 벤처의 경쟁력”이라며 “코스닥 시장의 성장은 벤처기업과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한 벤처천억기업들이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벤처천억기업은 2020년 말 23개사에서 올해 45개사로 약 두 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장 벤처천억기업의 시가총액은 40% 증가한 반면, 나머지 코스닥 기업은 12% 감소했다. 지난해 벤처천억기업의 영업이익률도 6.0%로 나머지 기업(3.0%)의 두 배였으며, 흑자기업 비율은 82%로 25%포인트 높았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 30개사가 벤처천억기업이며, 이 가운데 16개사는 반도체 관련 기업이다. 주성엔지니어링과 이오테크닉스, 리노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향후 상장 잠재력을 갖춘 비상장 벤처천억기업도 562개사에 달한다. 김 정책관은 “벤처천억기업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현재이자 미래”라며 “이들 기업이 앞으로 코스닥 시장과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코스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첨단 로봇과 사이버보안 등 신산업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심사기준을 도입하고, 코스닥벤처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비율을 25%에서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수합병(M&A)과 세컨더리 거래 활성화를 통해 투자·성장·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날 김 정책관은 2030년까지 AI·딥테크 스타트업 1만개 육성, 유니콘·데카콘 50개사 배출, 연간 벤처투자 40조원 달성 등을 골자로 한 '벤처 4대 강국' 정책도 소개했다.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를 통한 성장단계별 지원과 3조5000억원 규모 지역성장펀드 조성, 스톡옵션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한다. 아울러 모태펀드 2.0을 통해 연기금·금융권 등 민간자본의 벤처투자 참여를 확대하고 LP 성장펀드와 글로벌 벤처펀드 조성에도 나설 방침이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