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1년 전 보고 받고도 조치 안해”
中 “근거 없는 비방·중상모략” 반박
미국 정보당국이 중국 정보기관을 위해 활동한 것으로 의심되는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기업 메가스피드의 고위 임원 앨리스 황과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긴밀한 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련 조사 결과를 약 1년 전 보고받았지만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 보도했다.
NYT는 복수의 미 정보당국 관계자와 업계 임원들을 인용해 미 당국이 앨리스 황을 중국 정부에 정보를 전달하는 정보 자산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중국 국적자인 황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해 온 데이터센터 업체 메가스피드의 고위 임원을 지냈다.
미 당국은 메가스피드가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인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칩을 대량으로 확보한 뒤 중국에 우회 공급했을 가능성을 의심해 2024년부터 조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과정에서 앨리스 황이 중국 정보기관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도 부각됐다.
미 정보기관은 앨리스 황을 감시하는 과정에서 그가 미국 시민과 주고받은 통신을 확보했다. 이후 정보 수집 과정에서 포착된 미국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이른바 '언마스킹(unmasking)' 절차를 통해 상대방이 젠슨 황 CEO라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언제부터 알고 지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앨리스 황은 2024년 6월 대만 타이베이의 한 바에서 젠슨 황과 다른 AI 업계 관계자들이 함께 있는 사진을 링크드인에 게시했다. 당시 메가스피드가 엔비디아의 고급 AI 칩 구매를 시작하기 불과 수 주 전이었다. 이듬해에도 두 사람이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업계 관계자들과 업무 만찬을 한 뒤 함께 나오는 모습이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교류가 확인됐다는 사실만으로 젠슨 황이 앨리스 황의 중국 정보 수집 활동을 인지했거나 이에 협조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관련 정보를 보고받았을 당시 미 당국자들은 젠슨 황이 해당 활동을 알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일부 고위 당국자들은 그가 관련 활동을 전혀 몰랐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1년 전 관련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지만 젠슨 황에게 경고하거나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미 당국이 젠슨 황에게 방첩 경고를 전달할 경우 앨리스 황에게 자신이 감시받고 있다는 사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 등이 경고 브리핑이 이뤄지지 않은 배경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젠슨 황은 외국 정보기관의 표적이 됐을 가능성과 관련해 미 당국으로부터 별도의 경고 브리핑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기술 정책도 관련 판단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엔비디아의 중국 판매를 제한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추가적인 수출 제한이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첨단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미국의 AI 경쟁력과 대중국 기술 통제 정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가스피드의 칩 조달 및 재판매 의혹은 개별 기업의 수출 규제 위반 가능성을 넘어 미국의 첨단 기술 보호와 방첩 정책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엔비디아 측은 고객사 임원과의 만남이 CEO 업무의 일부라는 입장을 밝혔다. 존 리조 엔비디아 대변인은 젠슨 황이 매년 수천 명의 고객사 임원과 대화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당국은 관련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과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