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산업 혁신 20년, 이제 피지컬 AI로”…ETRI 대경권연구본부 개소 20주년

지역 제조업 ICT 혁신 주도… 기술 상용화율 34.5% '눈부신 성과'
지난 10년 275개 기관과 '공동연구 파트너'로 진화…성공사례 잇달아
미래 20년 비전 '피지컬 AI' 천명…대구·경북 혁신 수도로 띄운다
산학연관 잇는 '글로컬 생태계' 확충…글로벌 연구기관 도약 박차

ETRI 대경권연구본부 전경
ETRI 대경권연구본부 전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대경권연구본부가 올해로 개소 20주년을 맞았다. 2006년 대구·경북 지역 산업의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목표로 첫발을 내디딘 대경권연구본부는 이제 지역 혁신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핵심 연구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20주년을 기점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국가적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피지컬 AI(Physical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구·경북을 대한민국 피지컬 AI 수도로 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역 제조업의 든든한 조력자에서 글로벌 혁신 파트너로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ETRI가 국가 ICT 발전을 견인해 왔다면, 대경권연구본부는 이러한 국가적 R&D 역량을 지역 산업 현장에 이식해 기업 성장을 이끌어내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설립 당시 자동차와 기계부품 등 전통 제조업이 주력이던 대구·경북 지역은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소프트웨어(SW) 융합이 절실했다. 대경권연구본부는 임베디드 SW 기술 지원을 시작으로 지역 기업의 기술적 갈증을 해소해 나갔다.

ETRI 대경권연구본부의 대표인 다양한 차량 및 이륜자 번호판 인식을 위한 AI 기반 교통 LPR 기술 개념도
ETRI 대경권연구본부의 대표인 다양한 차량 및 이륜자 번호판 인식을 위한 AI 기반 교통 LPR 기술 개념도

이후 글로벌 기술 트렌드와 산업 정책 변화에 발맞춰 AI 기반 도시 인프라 지능화, 로보틱스·자율주행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등 핵심 기술 분야로 연구 영역을 폭넓게 확장했다. 단순한 기술 지원 조직을 넘어, 기업과 함께 미래 시장을 개척하는 '공동연구 파트너'로 진화한 것이다.

이러한 밀착형 연구는 눈부신 성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발형 식모기' 상용화다. 기존 모발 이식은 수동 1구형 식모기를 사용하거나 두피에 구멍을 내 핀셋으로 심는 슬릿(Slit) 방식으로 진행돼 의료진과 환자 모두 피로도가 높았다.

ETRI 대경권연구본부에서 개발한 디지털 트윈 기반 상수관망 관제시스템 이미지
ETRI 대경권연구본부에서 개발한 디지털 트윈 기반 상수관망 관제시스템 이미지

이에 대경권연구본부는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의 현장 수요를 적극 반영, 10개의 바늘이 장착된 카트리지가 연속 회전하는 연발형 식모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은 지역 기업 오대에 이전돼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까지 획득했다. 병원의 임상 수요를 연구기관이 기술로 구현하고, 이를 지역 기업이 상용화한 가장 이상적인 협력 모델로 평가받는다.

ETRI 대경권연구본부의 지능로봇시스템연구실 연구원들
ETRI 대경권연구본부의 지능로봇시스템연구실 연구원들

영상 AI 기술 역시 대경권연구본부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독보적 경쟁력 중 하나다. 2014년부터 시작된 카메라 영상 기반 차량번호판 인식 기술은 딥러닝과 결합해 스마트 교통관제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2017년 부산 지역 주요 교차로 22곳에 적용돼 탁월한 성능을 입증했으며, 총 15건의 기술 이전과 함께 국제 영상 AI 챌린지 대회에서 7회째 1위를 휩쓰는 쾌거를 거뒀다. 오랜 기간 현장에서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와 고도화된 알고리즘이 빚어낸 결과다.

◇연구는 상용화로 직결…인프라·로봇·의료를 아우르는 AI 확장

대경권연구본부의 R&D 철학은 명확하다. 개발된 기술은 반드시 현장에서 실증되고 사업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5년 기준 기술 상용화율은 무려 34.5%에 달했다. 이는 철저하게 이원화된 R&D 기획 체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당장의 현장 적용을 목표로 하는 '수요 기반 연구'와 전략적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미래지향형 연구'의 투트랙(Two-track) 전략이다.

ETRI 대경권연구본부에서 개발한 연발형 식모기 기술 소개 내용
ETRI 대경권연구본부에서 개발한 연발형 식모기 기술 소개 내용

현재 이러한 R&D 역량은 도시 인프라, 로봇, 의료 현장 전반으로 파고들고 있다. 대구와 제주 등지에서는 상수관망 누수 탐지 및 지능형 관제를 위한 AI와 디지털트윈 실증이 한창이다. 산업용 물류 추종 로봇과 수술실 보조 로봇 개발은 물론, 경북 안동에서는 헴프 파종부터 수확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자율주행 농기계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지역 의료 환경을 겨냥해, 생체 데이터 AI 분석 기반 혈압 측정 기기와 펨테크(Femtech) 등 첨단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도 지역 산업 기반과 연계해 집중적으로 육성 중이다.

ETRI 대경권연구본부 연구원 연구장면
ETRI 대경권연구본부 연구원 연구장면

◇“대구·경북을 대한민국 '피지컬 AI' 1번지로”…미래 20년 선포

대경권연구본부는 향후 20년을 이끌 핵심 동력으로 '피지컬 AI'를 천명했다. 이를 위해 대경권연구본부는 4대 전략적 연구 방향을 도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악천후나 야간 등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주변을 인지하는 차세대 로봇·모빌리티 인지 및 탐지 기술 △지역 제조 AI 전환(AX)을 위한 정밀 제어 핵심 기술 △농작업 전 주기를 무인화하는 자율농장 기술 △국민 건강과 의료 현장을 고도화하는 헬스케어·의료용 피지컬 AI 기술이다.

ETRI 대경권연구본부 추진체계
ETRI 대경권연구본부 추진체계

글로벌 역량 확충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지난 10년간 약 275개 기업과 맺어온 끈끈한 협력 네트워크를 향후 10년 내 300개 기업 이상으로 확대·발굴한다. 또 대구·경북 지역의 우수한 대학 및 고등연구기관과 연계, 우수 인재가 지역에 머물며 연구개발과 기업 혁신을 주도하는 '글로컬(Glocal) 연구협력 체계'를 더욱 단단하게 다질 계획이다.

한편, 대경권연구본부는 4일 대강당에서 개소 20주년 기념식을 연다. 행사에는 박세웅 ETRI 원장, 김영식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허영우 경북대 총장을 비롯해 대구시, 경북도 및 지역 산학연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연구본부는 이날 지난 20년간 기술 혁신에 기여한 지자체 공무원 및 기업 대표에게 공로패를 수여하고, 새로운 20년의 도약을 알리는 미래 비전을 대내외에 공식 선포한다.

〈이 기사는 ETRI 대경권연구본부의 협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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