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D-엣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안전의 기준과 기회의 문턱

[송민택 교수의 D-엣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안전의 기준과 기회의 문턱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디지털자산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결제 및 송금 실증이 활발하다. 그러나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지분 요건을 둘러싼 제도 논의는 아직 명확한 결정이 없다. 은행권의 과반 지분을 의무화할 지, 비은행도 발행을 주도할 수 있을 지가 핵심 쟁점이다.

발행 주체를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일상의 지급수단이 되면 발행사 한 곳의 문제가 가맹점 정산과 기업의 자금 운용, 금융시장으로 순식간에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 경험과 위험관리 역량을 갖춘 은행을 중심에 두자는 주장에는 이런 우려가 담겨 있다.

우선, 대규모 상환 요구를 가정해보자. 발행액 1조 원에 준비자산 1조 원을 맞췄더라도 당장 현금화하기 어렵거나 매각 손실이 나면 상환이 지연될 수 있다. 이용자 불안이 자산 처분을 부르고 그 충격이 다시 상환 요구를 키우기도 한다. 준비자산의 구성과 유동성, 발행사 고유재산과의 분리 및 파산 시 이용자의 권리와 상환 기한이 중요한 이유다.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면 은행의 대출 여력이 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다만, 발행사가 받은 돈을 은행에 다시 예치한다면 은행권 전체의 예금이 그만큼 사라지지는 않는다. 대신 개인들의 예금이 발행사의 거액 예금으로 바뀌면서 특정 은행에 집중되고 자금 조달의 안정성도 달라질 수 있다. 그 영향은 발행사의 주주 구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우며 준비자산의 운용과 보관, 자금 집중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통화정책과 해외 유통의 위험에도 구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돈이 이동하는 속도와 경로가 달라지면 금리정책의 효과와 금융기관의 자금 사정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해외 거래에서는 이용자 확인과 거래정보 보고부터 원화 상환까지 각 단계마다 사업자가 이행할 의무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자금 흐름을 파악할 정보와 기관 간 공동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이 관리의 출발점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이 위험관리에 참여하는 것과 발행사의 지배권까지 갖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은행이 발행사의 이사회를 통해 자산 운용과 무리한 사업 확장을 통제하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여러 은행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에서는 권한과 책임이 분산될 소지도 있다. 지분율만으로 안전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통제 권한과 위기 시 책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관건이다.

은행이 지배권 없이 위험관리에 참여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인가받은 비은행이 발행과 상환을 책임지고, 은행이나 신탁기관이 준비자산을 보관하며 은행이 원화 입출금을 맡는 방식이다. 독립된 기관의 준비자산 검증과 금융당국의 감독을 결합하되 업무를 나눠도 발행사의 책임은 유지해야 한다. 은행의 금융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과 발행을 은행 중심으로 제한하는 것은 다른 선택이다.

자본과 유동성, 보안과 내부통제는 발행 구조와 관계없이 갖출 기본 요건이다. 사고 시 업무를 이전하고 상환을 이어갈 절차도 여기에 포함된다. 같은 위험에는 같은 규율을 적용하고, 규모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감독 강도를 높이는 방식이 합리적일 수 있다. 비은행도 이 기준으로 발행 역량을 평가받는다면 안전을 지키면서 경쟁을 넓힐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제적 효과는 발행 이후 어떤 시장이 열리느냐에 달려 있다. 비은행이 소수주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과 사업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고객·가맹점 기반과 결제·정산 경험을 가진 기업도 사업의 중요한 결정을 주도하기 어렵다면 장기 투자와 서비스 확장에 신중해질 수 있다. 은행 중심 구조가 얼마나 더 안전한지와 그로 인해 잃을 투자·사업 기회를 함께 따져야 한다. 안전에는 엄격한 기준을, 그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에는 열린 기회를 주는 것이 제도화의 취지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pascalso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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