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령이 독일우주청(DLR)에 이어 국내 헬스케어 기업과 손잡고 우주 생명과학 연구 인프라 활용에 나선다. 그동안 우주 사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단행한 선제 투자가 실제 인프라 수요 확보로 이어지며 사업화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보령은 메디컬 디바이스 제조 기업 스카이랩스와 우주인 생체신호 모니터링 솔루션 개발 및 우주의학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이로써 보령은 미세중력 환경에서 실험하려는 기업에 자체 연구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의 국내외 잠재 고객을 확보하게 됐다.
협약에 따라 양사는 스카이랩스의 반지형 혈압계 등 웨어러블 생체신호 모니터링 기기를 보령이 마련한 우주 환경 모의 실험실과 실제 우주 인프라에 적용해 기술 실효성을 검증한다.
스카이랩스는 앞서 지난해 10월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 등과 포물선 비행을 통한 무중력(0~0.1g) 모의 환경에서 반지형 혈압계 측정 실험을 마친 바 있으며, 이번 협력을 통해 실제 우주 공간 실증으로 나아간다. 확보된 우주의학 연구 데이터는 스카이랩스의 인공지능(AI) 의료 데이터 플랫폼과 연계할 계획이다.
보령은 이번 협력이 자사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통해 쌓은 심혈관 질환 치료 노하우를 우주 실험 인프라로 확장하는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우주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체액이 상체로 쏠려 심혈관계 변화가 발생한다. 우주에서 측정한 생체신호 데이터는 우주인 건강 관리뿐만 아니라 지상의 질환 연구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그동안 보령은 미국 우주기업 액시엄스페이스와 인튜이티브머신스 등에 투자하고, 액시엄스페이스와 합작법인 '브랙스스페이스(BRAX Space)'를 세워 국내 우주 인프라 사업권을 확보했다.
또 '휴먼스 인 스페이스(HIS)' 챌린지로 우주의학 스타트업과 연구과제를 발굴해 왔다. 회사는 인프라 완성 전 단계에서 국내 시제품 시험 수요를 확인한 만큼, 향후 협력 대상을 지속적으로 넓혀갈 방침이다.
임동주 보령 전략사업본부장은 “지금까지가 우주 생명과학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 단계였다면, 이제는 글로벌 인프라 기업으로 나아가는 단계”라며 “보령이 확보한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는 “지상을 넘어 우주의학이라는 새 시장으로 확장하는 출발점”이라며 “실제 우주 환경에서 실증을 추진하고, 여기서 얻은 생체 데이터가 지상의 심혈관 질환 연구에 활용되도록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전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