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이 전년보다 인공지능(AI)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연간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을 AI에 투자했다. AI 확장의 걸림돌로는 거버넌스와 데이터 주권 확보가 가장 많이 꼽혔다. AI 투자 확대와 함께 데이터 통제와 규제 대응 역량을 갖추는 것이 기업의 과제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4일 클라우데라는 글로벌 보고서 '2026 기업용 AI 현황: 확장의 새로운 규칙'을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세계 9개국 IT 리더·의사결정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기업용 AI의 투자 현황과 확장 과정에서의 주요 과제를 분석했다.
세르지오 가고 클라우데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보고서 발표 관련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를 소개하고, 기업의 AI 투자 확대와 실제 운영 과정에서 마주한 과제를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72%는 1년 전보다 AI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58%)와 글로벌 평균(55%)을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응답자의 19%는 AI 투자가 크게 늘었다고 답했다.
AI 투자 규모도 아태지역 평균을 앞질렀다. 국내 기업의 68%는 AI 이니셔티브에 연간 50만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있으며, 49%는 연간 100만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1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기업 비중은 아태지역 전체(32%)보다 크게 높았다.
가고 CTO는 이와 관련해 “한국 기업이 AI 실험을 넘어 실제 운영 환경에서 워크로드를 구현하려는 의지가 다른 지역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AI 확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국내 응답자의 62%가 거버넌스와 컴플라이언스를 지목했다. 데이터 주권(56%), 기술 및 전문성 부족(51%), 데이터 통합(50%)이 뒤를 이었다.
데이터 주권과 관련해선 국내 기업의 82%가 데이터 레지던시(데이터 저장 위치), 주권, 관할권별 요건이 AI 워크로드 배치 위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AI 워크로드를 다른 환경으로 이전하려면 중간 수준 이상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66%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평균(58%)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내 기업이 멀티클라우드 등 다양한 환경에서 AI를 운영하는 이유로도 주권 및 레지던시 요건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응답자의 47%가 이를 이유로 들었으며, 기업 데이터 가까이에서 AI 워크로드를 운영하기 위해서라는 응답도 42%로 나타났다. 두 비율 모두 글로벌 평균인 38%, 37%를 웃돌았다.

가고 CTO는 한국 기업이 AI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주권과 규제 대응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배경으로 국가별 규제와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를 들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AI 관련 법과 규제가 도입되고 있다”며 “기업은 AI 거버넌스를 어떻게 관리할지,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보호할지 먼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를 데이터가 있는 곳으로 가져오는 방식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AI를 위해 데이터를 별도로 이동시키는 대신 기존 데이터 레이크와 데이터베이스에 AI를 연결하면 기존 데이터에 적용된 정책과 거버넌스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가고 CTO는 이와 함께 AI 확산에 따라 사이버 보안 취약점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로 인해 사이버 보안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취약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민첩성과 속도다. 새로운 버전을 신속하게 배포하고 패치를 적용해 취약점을 완화하고 가능한 한 빠르게 시스템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철 클라우데라코리아 지사장은 “국내 기업은 AI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비용 상승 압박 속에서도 확장의 발목을 잡는 것은 거버넌스와 데이터 주권”이라며 “국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데이터 주권을 AI 확장의 제약으로 꼽은 만큼, 이제는 데이터를 옮기지 않고도 일관된 거버넌스 아래 원하는 환경에서 AI를 운영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더욱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추세에 맞춰, 국내 고객이 AI를 확장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과 통제력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기업에서도 AI 확장에 따른 비용과 통제 문제가 주요 과제로 나타났다. 세계 응답자의 89%는 토큰 사용량 증가로 이미 AI 활용 사례를 제한하거나 재설계했다고 답했다. 데이터 레지던시와 주권, 관할권별 요건이 AI 워크로드 배치 위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84%에 달했다.
실제 운영 환경에 배포한 AI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부담도 컸다. 글로벌 응답자의 98%는 장애, 환각, 예기치 않은 동작 등으로 AI 배포를 한 번 이상 철회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거버넌스와 컴플라이언스가 AI 확장을 제한한다고 답한 비율은 75%였으며, 관련 비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응답도 55%로 나타났다.
AI 비용 상승과 변동성에 대응해 워크로드를 다른 클라우드나 프라이빗 환경, 온프레미스로 이전한 기업도 45%에 달했다. 데이터 주권과 레지던시 요건에 따라 워크로드를 이전하려면 중간 수준 이상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58%였다.
글로벌 기업은 장기적인 AI 성공을 위한 기반 마련에도 관심을 보였다. 세계 응답자의 49%는 AI 여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초기부터 거버넌스를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데이터 품질에 더 일찍 투자하겠다는 응답은 46%, 인프라 현대화와 직원 교육에 더 투자하겠다는 응답은 각각 45%였다.
기업이 여러 환경에서 AI 워크로드를 운영하는 이유로는 복원력(42%), 주권 및 레지던시 요건(38%), 비용 절감(38%), 데이터 근접성(37%) 등이 꼽혔다.
브라이언 마틴 클라우데라 응용 AI 부문 CTO는 “AI 확장 과정에서 기업용 AI의 새로운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오늘 효과적인 방식이 내일은 경제적으로나 운영 측면에서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비용과 모델, 규제가 계속 변하고, 그에 따라 워크로드를 실행하기에 적합한 위치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리더들은 이러한 현실에 맞는 AI 전략, 즉 데이터와 거버넌스, 비용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