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플래닛 “바이낸스 해킹, 피해 복구보다 실제 출금 능력 살펴야”

거래소 회복 상태를 평가하는 세 가지 핵심 지표(자료=비트플래닛)
거래소 회복 상태를 평가하는 세 가지 핵심 지표(자료=비트플래닛)

가상자산 거래소의 건전성을 평가할 때 준비금 규모뿐 아니라 대규모 해킹 사고 이후 고객 자산을 실제로 돌려줄 수 있는 지급 능력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바이낸스가 63억달러 규모의 해킹 피해 중 95%를 보전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출금이 가능한 가상자산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비트플래닛 리서치랩은 4일 발간한 '가상자산 거래소 건전성 진단: 대규모 해킹 대응과 기관의 운용 리스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바이낸스는 지난달 29일 발생한 해킹으로 약 63억달러의 가상자산을 탈취당했다. 사고 직전 이용자 보호기금(SAFU) 평가액인 약 12억달러의 5배를 웃도는 규모다. 바이낸스는 SAFU 일부와 선물 보험기금, 자체 법인 자금을 동원해 지난 2일까지 도난 자산의 약 95%를 동일한 종류의 가상자산으로 재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산 보전과 실제 출금 정상화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플래닛이 지난 3일 오후 1시 43분 기준 바이낸스의 공개 입출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등재된 가상자산 908개 중 출금이 가능한 자산은 27개에 그쳤다. 전체 자산·네트워크 조합 1365개 중에서는 40개 조합만 출금이 허용됐다.

준비금 증명(PoR)을 완료한 주요 10개 가상자산 역시 전체 72개 네트워크 조합 중 23개 조합에서만 출금이 가능했다. 출금이 제한된 조합 중 505개는 지갑 점검, 389개는 핫월렛 잔액 부족을 사유로 표시했다.

보고서는 거래소가 고객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과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해당 자산을 인출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출금 지연만으로 지급불능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준비금 증명만으로 거래소의 실제 지급 능력을 확인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이용자 보호기금의 한계도 드러났다. 바이낸스의 SAFU 기금은 사고 직전 약 12억달러로 전체 피해액의 19%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 3일 기준 SAFU 지갑에 남은 비트코인은 약 7500개로, 당시 시세 기준 약 5억7700만달러 규모였다. 기존 10억달러 수준으로 기금을 복원하려면 약 4억2300만달러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킹 사고가 시장에 미친 영향도 분석했다. 최초 자금 유출 이후 1시간 동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각각 2.48%, 3.36% 하락했다. 사건 발생 당일부터 사흘간 종가 기준 최대 낙폭은 비트코인 5.0%, 이더리움 4.9%로 집계됐다.

특히 최초 탈취된 비트코인 1만8270개가 지난 2일 기준 추가 이동하지 않았음에도 대규모 가격 하락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해킹 소식이 알려진 직후 1시간 동안 약 6억2770만달러 규모의 파생상품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보고서는 초기 가격 하락이 탈취 자산의 직접적인 시장 매도보다는 투자심리 위축과 연쇄 청산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지만, 각 요인의 영향을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운용에도 새로운 위험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비트코인을 재무자산으로 보유한 기업은 거래소와 수탁사의 준비금 규모뿐 아니라 운영 시스템과 자산 이체 승인 권한의 분리, 다중 승인 절차, 출금 한도, 비상시 대체 인출 경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트플래닛 리서치랩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건전성을 평가할 때는 해킹을 원천 차단하는 보안 수준뿐 아니라 대형 사고 직후 고객 자산을 신속히 보전하고 출금 서비스를 정상 가동할 실질적 이행 능력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낸스의 향후 건전성을 판단할 핵심 기준으로 잔여 자산 보전 완료, 주요 네트워크 출금 정상화, 대규모 순출금 대응 능력, SAFU 기금 재충전, 사고 원인 규명 및 승인 체계 개선 등을 제시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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