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도 비용 부담 등으로 정체된 국내 유전자·세포치료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친다. 합작 투자조합과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으로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기술이전 등으로 확보한 수익을 새로운 파이프라인 개발에 투자하며 'K신약'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희귀·난치질환 유전자·세포치료제 사업화'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내년 신설하는 투자형 연구개발(R&D) 추진 방향과 평가·지원 체계를 설명하고, 민간기업과 투자자,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기술 보유기관 의견을 수렴했다.
유전자치료제는 유전 물질 발현에 영향을 주기 위해 유전 물질을 함유한 의약품을, 세포치료제는 살아 있는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증식·선별 등 과정을 거쳐 만든 의약품을 말한다. 기존 치료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희귀·난치질환 등에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에게 치료 효능을 입증한 키메라 항원 수용체 T 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 등이 대표적인 세포치료제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은 세계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시장 규모가 2024년 99억8000만달러(약 13조3800억원)에서 2030년 513억7000만달러(약 68조8700억원)로 연평균 31.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씨셀, 이엔셀, 바이젠셀, 차바이오텍 등 국내 기업이 관련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지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한국의 CGT 논문 점유율은 2%로 세계 13위에 머물렀다. 비임상 단계부터 제조·품질관리기준(GMP) 획득·유지 비용이 상당하고, 전문적인 개발 역량을 요구하다보니 개발 단계에서 사업화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정부의 투자와 민간의 자본·사업화 역량을 결합하는 투자형 R&D 사업을 내년 신설한다. 정부와 민간기업, 투자자, 기술 보유기관 등이 참여하는 사업화 전문법인을 설립하고, 해당 법인에서 유망 유전자·세포치료제 기술의 초기 임상 진입과 사업화에 투자하게 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유전자·세포 치료제 투자형 R&D에 28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민간의 보유 기술과 파이프라인에 따라서 SPC 설립이나 임상 투자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임상 1~2상 단계에서 효능을 확인한 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하며 수익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형 R&D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발의한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개정안은 투자형 R&D 추진 근거와 함께 출자금 사용·제재처분 특례·성실수행 담당자 면책 등 사업 특수성을 고려한 별도 관리체계를 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관련 제도 정비와 국회 예산 확정 등을 고려해 내년 초 사업 공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대현 과기정통부 미래전략기술정책관은 “우수한 연구성과가 실제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과 자본, 사업화 역량이 뒷받침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마중물 투자가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다시 국가연구개발에 투자될 수 있도록 현장과 소통하며 사업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