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더 프리미어9을 약 5년 썼다. 2800안시루멘에 200만 대 1 명암비, 3채널 RGB 레이저. 지금봐도 스펙이 후해 보인다.
삼성 프리미어는 100인치를 띄우려면 스펙상 본체를 벽에서 11.3cm, 120형이면 19.6cm 떨어뜨려야 한다. 9월 출시된 LG 시네빔 AI는 5.6cm면 90인치, 9.8cm면 100인치, 18.3cm면 120인치가 잡힌다. 숫자로는 몇 cm 차이다. 하지만, 수납장 깊이에 맞춰 자리를 선택하던 사람에게는 몇 cm가 크다.
화질은 번갈아 놓고 비교했다. 삼성 프리미어와 LG 시네빔 AI 밝기는 각각 2800, 3000 안시루멘이다. 200 차이니 스펙만 보면 의미를 두기 어렵다. 다만, 수동 IRIS 모드로 밝기를 고정해두면 오후 햇빛이 각도를 바꿔 들어와도 화면이 덜 흔들린다. 밝기 자체보다 안정감에 점수를 줄 수 있다.
명암비는 둘 다 200만 대 1이다. 우열을 가르는 건 무리다. 어두운 방에서 우주 배경 영화를 틀면 별과 별 사이가 조금 더 깊게 가라앉는 느낌은 LG 시네빔 AI이 낫다. 하지만, 옆에 놓고 보지 않으면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차이는 색에서 났다. 둘 다 R·G·B를 따로 만드는 트리플 레이저라 광원 방식은 같다. 스펙표 색 영역 수치는 양 사 측정 기준이 달라 나란히 놓기 어렵다. 그런데도 노을 지는 장면의 주황이 층층이 갈라져 보이는 건 LG 시네빔 AI이었다. 피부톤이 붉게 뜨지 않는 것도 LG 시네빔 AI이 조금 안정적이었다. 같은 광원에 색 처리가 한 세대 올라간 셈이다.
AI는 LG 시네빔 AI가 확실히 편하다. 삼성 프리미어도 나쁘지 않았지만, 차이는 저해상도 콘텐츠에서 갈렸다. 다만, 과하다 싶을 때도 있다. 오래된 예능처럼 원본 질감이 중요한 콘텐츠는 단계를 한 칸 낮춰 쓰게 된다. AI 사운드 프로는 대사가 작은 장면에서 목소리를 끌어올려 주는데, 사운드바를 물린 뒤로는 체감이 줄었다. AI 컨시어지와 보이스 ID는 있으면 편한 정도고, 없으면 아쉬운 정도다.

리모컨은 포인터 방식이라 한 번 쓰면 손이 먼저 움직인다. 삼성 원리모컨에 익숙했는데도 일주일이면 적응됐다.
소리는 둘 다 아쉽다. 프리미어는 4.2채널 40W, 시네빔 AI는 2채널 40W다. 두 기계 모두 내장 스피커로 영화를 끝까지 보기엔 저음이 부족하다. 결국 양쪽 다 외부 사운드바를 물렸고, 그 순간 내장 스피커 비교는 의미가 없어졌다.
LG 시네빔 AI 가격은 출하가 529만원이다. 6년 전 프리미어 출시가 749만원보다 200만원 이상 낮다. 그 사이 화면과 두뇌가 바뀌었는데 값은 내려갔다. 스펙을 생각하면 비싸지는 않고 적당하다.
결론을 내리자면 두 제품 스펙은 거의 같다. 밝기 200안시루멘 차이에 명암비는 똑같고, 광원도 둘 다 3채널 RGB 레이저다. 나란히 놓고 봐도 체감 차이는 크지 않다. 그래도 전자제품은 최신이 낫다. 몇년 사이 AI가 화질과 소리를 알아서 만지는 시대가 됐고, 설치 거리는 몇 cm 줄었으며, 값은 200만원 이상 내렸다.
LG전자 입장에서는 의미가 작지 않다. 4년 만에 내놓은 홈시네마 시네빔에 3채널 RGB 레이저를 넣었고, 6년 전 삼성 플래그십보다 스펙을 한 칸이라도 끌어올렸다. 많이 앞섰다가 아니라 살짝이다. 하지만 초단초점 시장에서 그 '살짝'의 차이가 구매를 결정짓는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