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국내외 증시 급락에 대응해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3개월간 면제하기로 했다. 미국 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폭락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서킷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하는 등 시장 불안이 확산하자 긴급 안정조치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과 금융시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될 경우 추가 대응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6일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가 참석했다.
정부는 주가 급락에 따른 과도한 반대매매가 증시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상황을 막기 위해 오는 9일부터 3개월간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 의무 140%를 면제하기로 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거래다. 일반적으로 담보비율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 담보를 납입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주가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 부담을 줄이고, 강제 매도가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불안 심리와 수급 쏠림 현상도 면밀히 점검해 변동성이 추가 확대될 경우 시장 안정을 위한 후속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긴급조치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4%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3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52% 급락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2.25% 폭락하며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미국발 충격은 국내 증시로 확산했다. 코스피는 서킷브레이커와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고, 코스닥도 매도 사이드카가 작동했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주요국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5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1.79%, 대만 가권지수는 3.20% 떨어졌으며 유럽 STOXX600지수도 3.38% 하락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증시 하락이 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등 AI 산업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과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외 악재에 국내 증시가 과도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올해 국내 경제가 3% 중반 성장하고, 수출 1조달러와 기업 영업이익 900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등 경제 기초체력이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과도한 불안심리로 시장을 지나치게 비관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계기관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과 주요국 정책 동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국내외 증시와 자금 흐름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업가치 제고와 자본시장 신뢰 회복 등 국내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