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여당이 온라인플랫폼법과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법안 대신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미국과의 통상마찰 가능성이 제기된 기존 플랫폼 규제 법안 대신 덜 부각된 상생협력법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플랫폼 업계는 정부 조사 권한 확대와 기업 거래정보 공개 의무 등을 문제삼으면서 강하게 반발할 전망이다.
8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중소벤처기업부는 송재봉 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대표 발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 관련 법안소위는 오는 17일에서 19일 사이 열릴 예정이다. 이 때 해당 개정안이 상정돼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개정안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거래환경을 개선하고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사업자 간 상생협력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온라인 플랫폼 동반성장지수를 산정·공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중기부에 온라인 플랫폼 거래 실태조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플랫폼 사업자가 보유한 중개거래 관련 정보를 입점사업자와 공유하고 계약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하지만 플랫폼 업계는 개정안이 사실상 새로운 규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중기부의 플랫폼 실태조사 권한이다. 개정안은 중기부가 온라인 플랫폼 거래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사업자에게 자료 제출이나 의견 진술을 요구하도록 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항이 중소기업 육성 등을 지원하는 중기부 역할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정보 공유와 계약정보 공개 의무 역시 쟁점으로 꼽힌다. 개정안 제20조의12 등에 담긴 관련 규정이 플랫폼 사업자의 영업상 민감한 정보까지 공개하도록 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지난 8월 상생협력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업계는 당시 제기했던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법이 본격화하면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해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적용 문제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상생협력법 개정이 온플법이나 수수료 상한제 법안보다 통상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자료 제출이나 거래정보 공개를 요구하면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해외 플랫폼에 대해 규제를 집행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커질 수 있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개정안 대로면 애플리케이션(앱) 마켓도 온라인 중개거래에 포함되는데, 해외 사업자에게 중개수수료 산출 근거까지 내놓으라고 할 수 있겠나”라면서 “(만약 규제 집행시에는) 통상 마찰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