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수수료 15% 상한 놓고 자영업자·라이더 충돌…배달 규제 갈등 확산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 인근에서 배달업 종사자들이 연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재검토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자료 연합뉴스〉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 인근에서 배달업 종사자들이 연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재검토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자료 연합뉴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중개수수료, 배달비 등 총비용을 주문 금액의 15% 이내로 제한하려는 수수료 상한제 입법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와 배달 라이더들이 집회에서 상반된 목소리를 내며 충돌했다. 자영업자들은 플랫폼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지만 라이더들은 배달비까지 포함한 일률적인 상한제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 지역 라이더 약 300명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관련 법안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자영업자는 상한제 촉구, 라이더는 반발…배달플랫폼 규제 충돌

같은 날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소상공인·시민사회단체는 국회 본청 계단에서 '플랫폼 민생입법 촉구대회'를 열고 온라인 플랫폼법과 배달플랫폼법, 상생협력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양측 모두 생존권을 내세우고 있지만 요구하는 해법은 엇갈린다. 자영업자들은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가게 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라이더들은 업주 부담을 줄이기 위한 규제가 배달 라이더의 보수를 깎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위에 참석한 공플협은 중개수수료 7.8%, 결제수수료 3%, 업주 부담 배달비 3400원에 광고비와 쿠폰·프로모션 비용까지 더하면 실제 남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자영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모든 비용을 합산해 주문 금액의 15%를 넘지 않도록 상한제 입법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이에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음식배달플랫폼법(음플법), 상생협력법 등 이른바 '3대 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할 방침이다. 주요 요구 사항은 계약서 교부 의무화, 중개수수료·광고비 개선, 배달비 기준 마련, 소상공인 단체 협상권 보장 등이다.

라이더들이 반발하는 핵심은 상한제의 적용 범위다. 플랫폼의 중개 서비스 대가와 실제 배달을 수행하는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비용을 함께 묶어 제한하면 배달료 삭감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법안은 중개수수료 외에도 배달비, 광고비, 결제수수료 등 총비용을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법안에서는 15% 안팎의 상한이 거론된다.

라이더들은 배달앱으로 지불되는 비용 중 상당 부분이 배달 노동자의 보수로 이어지는 만큼, 배달 현장 비용 구조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비용에 일률적인 상한을 적용하면 라이더와 가족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달업계는 배달 종사자 규모를 40만명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국 쟁점은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과정에서 줄어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모이고 있다. 자영업자의 입법 촉구와 라이더의 철회 요구가 맞서면서 수수료 상한제 적용 범위와 배달 노동자 소득 보호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라이더 소득 상한제법…소득 깎일 것

배달앱 규제 도입에 대한 라이더들의 반발은 배달앱의 비용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수수료 규제 적용 방식에서 나온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앱의 이윤이 급격히 축소되면 배달비 인하 압박도 크게 작용해 라이더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총수수료 상한을 주문 금액의 15%로 적용할 경우, 2만원짜리 주문은 업주 부담 배달비 3400원만으로도 상한을 넘는다.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 등 다른 비용을 제외해도 배달비가 주문 금액의 17%에 달하기 때문이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앱 평균 주문 금액은 2만원~2만5000원 선으로 소액 주문이 대부분을 차지해 다른 비용보다 배달비 비중이 월등히 높은 비용 구조를 갖게 된다. 규제 도입 시 배달비 삭감이 필연적이라는 우려가 단순히 걱정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유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앱이 이러한 손실을 무한정 감수할 수 없기 때문에 주문 금액을 높이거나 소비자 부담을 추가하고, 라이더 보상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 “수수료를 낮추려던 규제가 소비자 부담 증가와 라이더 소득 감소, 배달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광고비, 배달비는 서로 다른 경제적 기능과 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모두 합산해 주문 금액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방식은 각 서비스의 실제 비용을 반영하기 어렵게 만들어 구조적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로 라이더 배달비는 주문 음식 가격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배달 거리, 소요 시간, 지역, 기상 조건, 라이더 수급 등에 따라 결정돼 1만원짜리 음식을 배달하든 3만원짜리 음식을 배달하든 동일한 거리와 시간이라면 라이더에게 지급해야 하는 배달료는 크게 다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총수수료를 주문 금액의 15%로 제한하면 주문 음식 가격에 따라 라이더 소득이 바뀔 수 있다.

김태영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배달앱 수수료 규제는 매장 수수료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 편익 감소로 인한 시장 전체 수요 위축과 또 다른 시장 약자인 라이더 고용 안정성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면서 “수요와 라이더 수급에 따라 달라지는 보상 재원의 배분과 집행까지 정부가 규율하는 것은 기업의 탄력적인 시장 대응을 제약하고, 과도한 경영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급한 규제 도입보다는 자영업자, 소비자, 플랫폼 기업, 배달 종사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청취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규제가 시장 경쟁과 소비자 후생, 고용 및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면밀히 분석하는 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충분한 검토 없이 규제가 추진될 경우 시장 왜곡과 혁신 저해,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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