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 올리는 가상공간 속 법당 눈길
최근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주식 가격이 오르기를 바라며 가상 공간에서 기도를 올리는 이색 웹사이트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불상 대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종목의 주가 그래프를 내걸고 절을 하거나 굿을 할 수 있도록 꾸민 온라인 공간이다.
코스피가 급락한 6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가즈아법당'이라는 웹사이트가 빠르게 확산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서비스는 개발자 엄진섭씨가 지난달 30일 선보인 웹 기반 콘텐츠다.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바랄 때 사용하는 표현인 '가즈아'에 법당을 접목한 이름으로, 최근 주목받은 가상 사찰 서비스에서 착안해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이용자는 동자승 캐릭터가 돼 가상의 사찰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내부에는 전통 사찰의 불상 대신 주식과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차트가 배치돼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트코인 등 주요 자산별 기도 공간이 마련돼 있어 이용자가 원하는 종목을 선택해 소원을 빌 수 있다.
주가 상승을 기원할 때는 '상승기원 절하기'를 누르면 동자승 캐릭터가 붉은색 승복을 입고 절을 한다. 반대로 가격 하락을 바라는 경우에는 파란색 승복을 착용한 채 예를 올린다. '굿하기' 기능을 선택하면 캐릭터가 굿을 하는 동작을 보여준다. 소원등에 투자와 관련한 바람을 적어 남기는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현실적인 고충을 재치 있게 담아낸 콘텐츠도 눈길을 끈다.
'손절 작두'에서는 정리하고 싶은 종목명을 입력하면 작두가 해당 종목을 내리치는 장면이 연출된다. 투자 실패 경험을 털어놓는 '참회실'에서는 이용자가 손실 사연을 공유하고, 다른 방문자들이 합장하거나 위로의 뜻을 전할 수 있다.
주가 반등을 기다리는 투자자의 심정을 표현한 '존버 동굴'도 있다. 이곳에 캐릭터를 앉혀두면 1분이 지날 때마다 수행 시간이 쌓인다. 이미 사라진 수익과 손실을 추모하는 '분향소'와 주가가 하락할 때 보유 수량을 늘리는 이른바 '물타기'를 형상화한 '물타기 우물'도 마련됐다.
이 같은 온라인 콘텐츠가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는 것은 최근 증시 급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허탈감과 불안이 커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8% 넘게 밀리며 개장 약 3분 만에 5000선을 내줬다. 급격한 하락세에 유가증권시장에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발동 당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52% 떨어진 4924.61을 기록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 급락할 경우 투자자들의 투매를 진정시키기 위해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시장 안정 장치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