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론의 대만 신규 공장 건설이 노사 갈등으로 사실상 중단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3위 업체의 생산능력 확대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대만 북부 타오위안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팹 11E'의 공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당초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최대 45억 달러(약 6조3000억원)를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첨단 장비도 도입할 예정이었다.
공사 중단의 배경에는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있다. 마이크론 타오위안 노조는 AI 반도체 호황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된 만큼 직원들에게도 이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제도를 근거로 영업이익의 15%를 전 세계 직원들에게 배분하고,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대만 노조와 임금 협상을 타결했지만 일부 직원들이 합의 내용에 반발하면서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대만 당국과 주요 장비·부품 공급사에 공사 중단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마이크론의 핵심 생산기지다. 마이크론은 지난 30년간 대만에 약 500억 달러(약 70조원)를 투자했으며,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약 60%를 대만에서 제조하고 있다. 현지 고용 인원도 약 1만5000명에 달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공사 중단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 서버용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이크론의 생산능력 확충이 늦어지면 고객사들이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한국 업체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삼성전자는 10개 기업, SK하이닉스는 14개 기업과 각각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매출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8%로 1위, SK하이닉스가 29%로 2위, 마이크론이 21%로 3위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의 대만 생산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생산기지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마이크론은 기존 대만 사업장은 정상 가동 중이며 고객 수요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