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집 나간 아들이 돌아왔다”…28년간 5만㎞ 걸어서, 헤엄쳐서 집 도착한 英 남성

지구 1.25바퀴 수준… 13살 손녀는 처음 만나

영국 탐험가 칼 부시비와 10년 만에 상봉한 어머니 안젤라가 마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탐험가 칼 부시비와 10년 만에 상봉한 어머니 안젤라가 마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1998년 세계를 걸어서 횡단하겠다며 집을 떠난 영국 남성이 2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약 5만㎞에 달하는 여정을 마친 그는 10년 만에 어머니와 재회하며 긴 모험에 마침표를 찍었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영국의 탐험가 칼 부시비(57)는 지난 2일 영국 잉글랜드 헐에 도착해 28년간 이어온 세계 횡단 여정을 마무리했다.

전직 공수부대원인 부시비는 29세였던 1998년 11월 칠레 최남단 도시 푼타아레나스에서 출발했다. 당시 그는 고향인 영국 헐까지 약 3만1000마일(약 5만㎞)을 이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구 둘레가 약 4만㎞인 점을 감안하면 지구 1.25바퀴를 돈 셈이며, 서울에서 부산까지(도로 기준 약 400㎞) 약 62.5번을 왕복한 셈이다.

여정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었다. 여행이 끝나기 전까지 영국에 돌아가지 않고, 이동 거리를 늘리기 위해 자동차나 비행기 등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부시비는 남미에서 북미를 거쳐 러시아와 아시아, 유럽을 통과하는 경로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험난한 정글과 얼어붙은 바다를 건너야 했다.

2006년에는 미국 알래스카와 러시아를 잇는 베링해협을 도보와 수영으로 건넜으며, 2024년에는 카자흐스탄에서 아제르바이잔까지 약 300㎞에 달하는 카스피해를 헤엄쳐 횡단했다.

지난달에는 영국해협까지 수영으로 건너 영국 땅을 밟았다. 이후 고향 헐까지 남은 거리를 걸어 이동했다.

영국 탐험가 칼 부시비가 어머니 안젤라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영국 탐험가 칼 부시비가 어머니 안젤라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부시비가 고향에 도착하자 도심에는 그의 귀환을 축하하기 위한 인파가 몰렸다. 그는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이런 환영은 처음이다.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감사를 전했다.

긴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는 어머니 안젤라가 기다리고 있는 집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헐의 서턴파크 자택에서 약 10년 만에 아들과 상봉했다.

어머니는 집에 도착한 아들에게 “그동안 어디 있었니?”라고 물었다. 이어 취재진에게 “아들이 집에 돌아와 기쁘다. 이제야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부시비 역시 “집에 돌아오니 좋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며 “28년간의 여정이 끝났다는 사실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고향에 도착하기 하루 전인 지난 1일에도 가족들과 감격적인 재회를 나눴다. 험버다리를 건너던 중 아들 애덤(36)과 생전 처음 만나는 12세 손녀, 아버지와 형제들이 그를 맞이했다.

28년의 여정이 모두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부시비는 실제로 걷는 데 사용한 시간은 약 15년이었다고 밝혔다. 나머지 기간에는 비자 발급 문제와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이동이 지연됐다.

여행 초기에는 돈이 거의 없어 타인의 도움에 의존하거나 길가에 버려진 음식을 먹으며 버티기도 했다. 이후 후원자와 출판 계약 등을 통해 여행 경비를 마련했다.

부시비는 결혼생활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세계 횡단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오랜 여행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지만, 자신이 정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 영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이번 여정을 끝으로 더 이상 장거리 탐험에 나서지 않을 뜻을 밝혔다.

부시비는 “이제 등산화를 벗겠다”며 “인생의 절반을 탐험가로 살아온 만큼 평범한 일상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보다 더 힘든 사람은 꿈을 이룬 사람일 수도 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부시비는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초크와 함께 자신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으며, 두 번째 여행기도 집필 중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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